'족제비과' 담비가 전주 도심 인근 상림마을 야산에서 까치둥지를 덮치는 보기 드문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다.

2일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일, 범과 늑대가 사라진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는 최상위 포식자 '담비' 두 마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담비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미류나무 우듬지까지 올라가 까치둥지를 덮쳤으며, 어미 까치는 담비를 쫓기 위해 필사적으로 울며 저항했으나 새끼(혹은 알)를 잡아먹고 유유히 내려오는 모습이 일하러 나온 주민의 휴대폰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겨 눈길을 끈다.

최근 모니터링 무인카메라나 시민 제보에 의해 담비의 사냥 모습이 포착된 사례가 있었으나, 나무를 타고 새 둥지를 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드문 일이다. 또한 모악산 일대에 담비가 서식한다는 문헌자료는 있으나 전주 일대에서 담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담비는 머리부터 몸통까지의 길이는 59~68cm이며 꼬리길이는 40~45cm로 몸통의 길이보다 약간 짧다. 몸무게는 보통 2~3kg이다. 지역별로 색의 변이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몸의 대부분은 밝은 갈색으로 꼬리, 앞 · 뒷발은 검은색이며 턱부터 가슴까지는 노란색을 띤다.

담비 전문가 최태영 박사(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잡식성인 담비는 고라니, 어린 멧돼지, 청설모, 들쥐 등 포유류와 조류, 꿀이 있는 말벌집,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열매를 주요 먹이원으로 한다” 면서 “오로지 겨울 보릿고개를 넘긴 새들이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봄이 오자 먹이 사냥에 나선 것이다” 고 설명했다.

하정옥 와일드라이프 연구원은 “담비는 머루 등 야생 열매를 좋아하지만 복숭아 등 과수원의 과일도 먹이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면서 “모악산 끝자락에 위치하고 과수원과 야산, 매립장이 있는 이 지역의 특성과 담비 서식의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산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생태계 조절자인 담비가 도심 인근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면서 담비 발견을 반겼다. 이처장은 “지난겨울 근처 도로에서 담비 로드킬 제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천잠산 일대가 담비 은신처나 번식지일 가능성이 높다” 면서 “전주시에 담비 서식실태 공동조사를 통해 보호 대책을 마련하자” 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 일대를 2020년 도시공원해제 이후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이자 시민의 쉼터인 도시공원의 난개발을 막아낼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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