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김고은의 이번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미수와 현우의 사랑 이야기가 주축이 되는 일상 멜로라고 할 수 있다.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김고은에게 이번 기회는 특별했다고.

“일상 인물을 연기하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에요. 인물들이 일상적이라 해도 영화적인 사건이 등장하면 결국 영화적으로 나타나요. 이번 영화는 정말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어요. 과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미수라는 캐릭터와 밀접해지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10년의 시간 동안 미수 역시 성숙해졌을 테고 내면의 변화가 있을 거라 그 기운의 변화를 그려내려고 고민했어요.”

영화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미수는 솔직하고 당찬 캐릭터다. 서슴없이 호감을 표현하는 그녀에 대해 김고은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는 평소 연애가 시작하기 전엔 잘 표현하지 못해요. 부끄러워요. 그런데 일단 연애가 시작되고 관계가 형성되고 나서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극 중 미수는 현우와 거리를 두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는 1997년 IMF 사태가 벌어지며 취업이 힘들어진 상황과도 연관 있다. 국문과 출신으로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던 미수가 취업난 속에서 좋아하는 일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택하며 고민이 많아지게 된 것.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김고은에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어요. 데뷔하고 나서도 한참 후에 왔어요. 처음 진로를 결정하고는 신나서 열심히 나아갔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데뷔를 다 거치고 나서 한 번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몰려온 적이 있었어요. 처음 겪는 감정들이었어요. 별 계기는 없었는데 보통 큰 사건이나 충격이 있어서 그런 감정을 겪기보다, 아무 관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일견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김고은은 스스로 한계를 고민하고 채찍질하며 학창시절과 20대 초반 시작한 배우생활을 이어왔다. 쉼 없이 달려온 탓인지 한꺼번에 힘든 감정이 몰려왔으나 그는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이겨내려 노력했다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의심스럽고 자신을 의심하고 누군가와 비교하기 때문이잖아요. 근본적인 생각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너그럽게 저를 바라보면서 다독여줬어요. 그런데 또 어떤 순간에 그런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데 작품을 쉬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화 ‘변산’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현장이 힐링이 되고 위안을 받았거든요.”

연기는 김고은에게 직업 이상의 가치가 된 듯했다. 때로 자존감을 낮게 하기도 하지만 촬영 현장은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장에선 제가 해야 하는 영역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좋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해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져서 감사해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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