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전복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돼 온 국민이 충격과 놀라움에 젖어 있는 시기,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 '역대급 망언' '무뜬금 김정은 띄우기' '종북한국당' 등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정은이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혁명화 조치하고,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를 처형했다. 자기 여동생 김여정까지 근신하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도자로서 조직을 이끌어가고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한다. 잘못을 하니깐 책임을 묻지 않느냐“며 ”남북관계, 북핵미사일 문제, 대일관계, 대미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될 사람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힘없는 외교부 참사관을 한명 파면시켰다"고 비난했다.

이후 벌어질 수도 있을 파문을 의식한 듯 “국회의원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치욕스럽지만 오죽하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가 문 대통령보다 낫다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발언에 일부 의원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일부는 박수를 치며 ”옳소“라고 환호했다고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현지로 급파해 실종자 수색작업 및 구조활동, 침몰 선체 인양 등을 진두 지휘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수방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예외 사례가 있긴 하다.

머나먼 이국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비통함에 젖은 가족들, 이를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그 시간’에 함께 있으면서도 위와 같은 발언이 나오고, 화답받는 풍경이 초현실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아무리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국가적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당면한 문제해결에 온 힘을 모으고 이후 문제 제기와 비판을 이어가면 될 일이다.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사고수습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조롱과 막말을 퍼붓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파악이 안 되는 걸까. 그런 극단적 비유와 혐오적 표현이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란 걸 모르는 걸까.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서인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연석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하고 과한 부분이 있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의 취지는 이 정부가 책임감 있게 행정을 해야 한다. 잘못한 부분은 적절히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감쌌다.

정 의장 발언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을 쓰고 있다” “대통령부터 일사불란하게 저희를 공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좌장으로 있으면서 야당을 궤멸집단으로만 보는 무능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등 일본어에서 유래한 ‘뗑깡’이란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무능과 책임, 진정성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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