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부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까지 곽경택 감독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연출, 각본, 제작 등 역할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그가 9월 25일 개봉한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로 전쟁영화에 도전했다. 대가도 처음 하는 장르는 낯설 터. 하지만 그는 기존의 전쟁영화와 차별화를 두면서 공동연출을 한 김태훈 감독과 새로운 전쟁물을 창조해냈다. 그 결과는 박스오피스 1위였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 속에 가려졌던 장사상륙작전을 세상에 알리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힘있는 시나리오와 드라마에 강점을 보이는 그의 연출이 더해졌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장사상륙작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실화를 소재로 각본을 쓰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건물도 토대가 튼튼하면 어떤 걸 올려도 되잖아요. 실화가 기초면 그 안에서 제가 어떻게 뛰어놀아도 근간이 단단해 이야기를 잘 꾸밀 수 있죠.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성향도 들어갔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상상력이 부족한 거겠죠.(웃음)”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이명흠 대위라는 실존 인물을 알게 됐고 학도병들이 장사상륙작전에 투입하게 됐던 과정을 추적해나갔죠. 이명흠 대위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하고 학도병들의 스토리를 또 하나 만들어서 각 캐릭터들을 영화에서 드러내고 싶었죠. 영화를 보시면 학도병들이 중심이 돼 이야기를 끌고 가요. 김명민 배우가 주연이지만 많은 장면을 양보해줬죠. 정말 고마우면서 미안하기도 해요.”

이 영화가 다른 전쟁영화와 차이를 둔 건 오프닝 시퀀스부터다. 과거 평화롭던 시절을 그리지 않고 바로 학도병들이 전쟁통에 투입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바로 긴장하게 된다. 이 모든 건 곽경택 감독의 의도였다. 혼돈 그 자체의 상황 속에 관객을 초대해 학도병들과 동화되게 만들었다.

“전투 신을 초반부터 집어넣은 것은 다른 전쟁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회상구조를 뒤바꿔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회상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들어있지만 편집할 생각도 했거든요. 관객과 학도병들이 똑같이 당황스럽고 정신없는 상황에 빨리 놓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전쟁에 갑자기 투입된 학도병들이 혼돈 그 자체를 느꼈을 거잖아요? 그래서 빠르게 전투 신을 초반에 넣는 구조를 선택하게 됐죠.”

“김태훈 감독과 공동연출을 한 건 정말 신선했어요. 김 감독은 비주얼에 강한 사람이에요. 이 영화는 CG가 없으면 안 되는 영화인데 그런 부분들을 김 감독이 많이 맡았죠. 저는 주로 인물들간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어요.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부터 서로 촬영 분량에 펜으로 색깔을 칠했거든요. 촬영 전에 제대로 역할을 나누니 그 다음이 편해졌죠.”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할리우드 스타 메간 폭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김명민, 김인권, 곽시양, 최민호, 김성철, 이재욱, 장지건, 이호정 등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구축해 연기 보는 맛을 살렸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곽경택 감독은 배우들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곽경택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솔직히 메간 폭스가 출연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한국 배우도 아니고 할리우드 배우잖아요. 감독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할지 고민됐죠. 처음에는 서로 낯설어했어요. 세 번째 촬영 때부터 제가 메간 폭스에게 디테일한 연기를 요구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오케이’ 하는 거예요.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전쟁영화를 처음 연출하다보니 안전사고에 신경을 많이 썼죠. 배우들하고 보내는 시간보다 안전문제에 신경 쓴 시간이 많았을 정도였어요. 항상 촬영현장에 구급차와 구급요원이 대기했고 인근 병원 위치까지 파악했죠. 겨울에 촬영하다보니 배우들의 피부가 찢어지고 발목이 삐는 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최민호 배우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전투 장면에서 파편에 얼굴을 다친 거예요. 눈쪽을 다쳤으면 큰일났을 거예요. 병원에 보내서 치료받게 했는데 마무리하겠다고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공식적으로 제가 미안하다고 했어요. 위험할 수 있는데 촬영을 한 건 제가 선택한 거잖아요. 제 사과를 받아준 최민호 배우가 고마웠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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