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된 10.26 사건이 스크린으로 재탄생한다. 12일 CGV 압구정에서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내부자들’ ‘마약왕’을 연출하고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온 우민호 감독을 비롯 주연배우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이 참석해 기자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52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작품은 10.26 사건에 집중하며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박통(이성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네 사람을 중심으로 청와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담담하게 따라갈 예정이다.
우민호 감독은 대통령 암살사건 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원작을 읽고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정말 궁금했다. 원작은 중앙정보부의 시작과 끝을 다루지만 너무 방대해 영화에 다 담기 힘들었다. 그래서 10.26 사건을 메인으로 하고 이 사건이 일어나지 전 40일간이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이어 “박용각이 미국 청문회에서 한국의 상황을 고발한 일이 있었다.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다. 실제와 다르게 이 일을 영화의 맨 앞부분에 집어넣었다. 10.26 사건의 발단이 ‘코리아 게이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외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의 시간 등 동일하다고 보시면 된다”며 이번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남산의 부장들’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어야하는 걸까. 우민호 감독은 “사건들은 논픽션 베스트셀러에서 가져왔다. 사건들이 일어난 이유, 인물 관계, 감정과 심리 등은 책이나 기사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세 배우도 실제 사건을 다뤘다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이병헌은 “10.26 사건 자체만 알지 비하인드에 대해 몰랐다. 저희가 연기 준비를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했다”고 했고 곽도원은 “인물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릴 것은 사람이 권력을 잃고 쫓겨다니는 기분은 뭔지 상상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이희준은 “한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내지 않나.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찾아봤다. 제가 맡은 캐릭터의 입장과 상황에 충실하며 공감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엔 대한민국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까지 연기 구멍하나 없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희준은 “이병헌 선배님이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선배님은 감정을 다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의 성격을 그대로 흡수해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제가 했으면 정맘 어려워 힘들었을 것이다. 이병헌 선배님 연기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고 이병헌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곽도원은 “정말 모든 배우가 다 매력적이었다. 이성민 형님, (김)소진씨 뿐만 아니라 조연, 단역분들 모두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줬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한 모습이 보였다. 제가 찍을 분량 전후 장면들을 모니터했는데 배우분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기 바빴다. 훌륭한 배우분들과 한 시대의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대통령 역할이 매력적이었다. 제가 그 연기를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 캐릭터뿐만 아니라 대통령 역도 내면 연기가 필요하다. 배우로서 ‘저런 역할을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성민의 역할을 탐냈다.
영화에선 10.26 사건을 재조명하기 위해 실제로 사건이 있었던 장소들이 등장한다. 미국 링컨기념관, 프랑스의 한 광장 등 올 로케이션으로 ‘남산의 부장들’은 촬영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4회차, 프랑스 파리에서 10회차를 촬영하며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을 거쳤다. 특히 곽도원은 많은 나라를 다니며 촬영에 임했다. 곽도원은 “프랑스 광장은 자국 영화도 허가를 안 내준다고 하더라. ‘남산의 부장들’ 촬영 허가가 나서 정말 ‘메르시 보꾸(감사합니다)’였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영화 예고편에도 등장한 탱크는 CG가 아닌 실제 탱크였다. 이희준과 곽도원은 이날 탱크가 CG가 아닌 것을 알게 돼 놀라워했다. 우민호 감독은 “장소는 물론 탱크까지 허가받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했을 때 마음 한켠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마치 제가 역사적인 공간에서 숨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장소들의 보존이 잘 돼 있어 미술작업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병헌은 “굉장히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각본이었다”며 “장르적으로 세련된 누아르”라고 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는 전례가 있는 만큼 우민호 감독도 조심스러웠다. 우민호 감독은 “원작의 톤은 냉정함이다. 그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한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배우, 스태프 그리고 저의 냉정한 시선이 영화 속에 담겼다”고 단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뒤흔든 10.26 사건이 내년 1월 관객들 앞에서 다시 재현된다. 과연 ‘남산의 부장들’이 세련된 누아르의 맛에 명품 배우들이 연기가 더해져 관객을 사로잡는 시대극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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