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현빈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배우들의 영향력 못지않게 흥미로운 설정으로 연일 화제다.

14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의 절대 극비 로맨스다. 특히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는 남녀북남 로맨스라는 생소함이 ‘사랑의 불시착’의 출발점이다.

사진=tvN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모티프는 2008년 일어난 사건에서 착안했다. 박지은 작가는 2008년 9월 12일 우리나라 여배우가 인천에서 레저보트를 즐기던 중 방향을 잃고 월북해 북한 남성과 대화까지 나눈 후 북한 경비함의 추격을 받고 도망친 사건 보도를 접했다. 이를 드라마화하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것으로 생각한 그는 유사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북한에 간 재벌’이란 가제로 초기 시놉시스를 작성해 수차례 드라마화를 위한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박 작가의 다른 아이디어들이 먼저 작품화되면서 2018년 들어서야 시놉시스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됐다. 이후 이미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물’ 등 해상 사고 또는 배를 이용해 월남, 월북한 작품들이 있음을 확인했고 배가 아닌 기체를 이용해 북한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헬기와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더 등 다양한 기체를 후보군으로 놓고 고민하던 중 북한 특수부대 출신 군사전문가들과 항공 전문가들 자문을 받아 헬기나 경비행기는 레이더에 감지가 되지만 무동력 비행체인 패러글라이더는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으며 이 점을 이용해 실제로 북한군이 특수전부대에서 한미연합사 침투훈련을 실시한 적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진='사랑의 불시착' 캡처

이에 실제 패러글라이딩 낙오 사건들을 조사했고 이스라엘 여성이 시리아 국경을 넘은 사건, 경남 함안에서 창원 교도소 운동장 한가운데 불시착한 사건, 패러글라이딩 중 태풍의 눈에서 생존해 60km 떨어진 곳에 불시착한 여성에 대한 사건 등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찾았다. 따라서 태풍이나 용오름 같은 특별한 자연재해 상황이라면 패러글라이더 기체가 발견되지 않고 북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으로 넘어가는 설정으로 변경하게 됐다.

작품의 배경이 된 북한에 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는 물론 끊임없는 검증과 노력도 동반됐다. 박 작가는 북한 전방부대 장교, 전방부대 사택마을에 거주했던 군관의 아내, 보위사령부 간부, 장마당 상인, 꽃제비, 밀수꾼, 무역상, 운전공, 의사, 연구원, 유학생 출신의 피아니스트, 영화감독, 해외파견 음식점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탈북인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북한 생활상에 대해 조사했다.

특히 탈북인 곽문안 작가가 보조 작가로 작품에 참여해 북한 관련 아이디어와 씬구성 작업, 세밀한 최종 검증 작업까지 했다. 또한 백경윤 북한말 전문가도 북한관련 자문과 디렉팅 코치를 하고 있다.

사진= '사랑의 불시착' 캡처

북한은 우리와 단절된 곳이지만 우리의 각종 생활용품, 드라마와 케이팝 등 문화가 은연중 많이 퍼져 있으며 비밀리에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동경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했다. 제작진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 생소한 또 다른 삶의 모습에 대한 실제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판타지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했다.

이정효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로맨스를 할 수 있는 단절된 공간,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배경으로 북한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은 체제나 정치가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금지된 로맨스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배경으로서 기능한다.

한편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15일 방송된 2회에서 최고 시청률 7.8%까지 기록하고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 1위를 기록하는 등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본 드라마는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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