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병헌은 이해준, 김병서 두 감독과 ‘백두산’을 작업했다. 한국영화계에서도 어느 순간 공동 연출 작품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병헌은 오랫동안 배우생활을 했지만 공동 연출 작품 참여라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번도 지진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고민해본 적 없었어요.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이해준, 김병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지진이 날 때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이번 촬영으로 깨달았어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배경이 거의 다 CG예요. 저와 하정우씨가 백두산을 향해 달려갈 때도 허허벌판에서 찍었고요. 확실히 규모감이 엄청난 영화예요.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보면 제 연기에 신경쓰느라 관객 마음으로 보기 힘든데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것들이 CG로 펼쳐지니 관객 입장에서 즐기며 볼 수 있었어요.”

“이해준, 김병서 감독과 함께한 건 새로운 경험이었죠. 공동 연출로 작품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무슨 아이디어를 내도 두 번 들거나 설명해야했어요. 나중엔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두분이 같이 계실 때 이야기했다는 걸 깨달았죠. 두 감독님이 조용하고 착하셔서 의견대립도 없으세요. 다만 스태프, 배우들이 몇 테이크 더 찍어야하는 수고를 하게 됐죠.(웃음) 두 사람 다 만족시킬 결과물이 나와야하니까요.”

‘백두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도 설 연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병헌은 설 연휴 때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영화를 완벽히 접수한 그가 다시 한번 할리우드로 떠날 마음이 있을까.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는데 생각해보면 배우한테는 적당한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사이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해서 오래 쉰 것처럼 보이진 않았죠. 1년에 두세 작품했던 사이클이 바뀌었으니 이번에 영화 홍보 준비를 하면서 어색함을 느끼긴 했어요. 어쩌다보니 ‘남산의 부장들’과 시기가 겹치기도 했고요. 두 작품 다 관객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 돼요. 결과물이 잘 나와도 흥행이 잘 되도 연기 고민은 끝이 없어요. 그래야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영화도 계속 찍으면 좋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진 않더라고요. 한국에서 한 작품하고, 미국에서 한 작품하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 좋겠지만 그게 제 바람대로 되지 않는 거잖아요. 한국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나는 건 싫어요. 한국영화가 저한테 가장 중요하거든요. 외국어로 외국 문화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우리말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건 자신있어요.”

이병헌 마음엔 한국영화라는 존재가 정말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 한국영화와 계속 성장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으며 관객들에게 늘 새로운 모습, 신선한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100년이 됐고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여전히 한국영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지 아이 조 2’를 찍었을 때 외국 업계에서 한국영화의 특별함을 이야기하더라고요. 한국영화는 다음 장면이 예상되지 않는 게 매력이라고. 최근에 미국에 갔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들었어요. 특히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위상을 더 드높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죠.”

“지금도 배우로서 관객분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요. 계속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되는 게 꿈이에요. 요즘 믿고 보는 배우라고 ‘믿보배’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저도 그런 수식어가 달렸으면 하네요. SNS를 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져서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회사 식구들에게 떠밀려서 시작한 거지만, 이왕 시작한 거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한번쯤 구경 와서 씩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좋은 댓글,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진=BH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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