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말은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쓰인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정우성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마냥 지푸라기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배우로 데뷔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정우성은 그 시절 꿈을 찾아가는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자퇴하고 난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어요. 제가 얼마나 막막했겠어요. 무섭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런데 절박한 순간에도 아무거나 잡지 않았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더 고민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떤 배우, 사람이 될지 생각했죠. 외롭던 시절의 정우성을 돌아보면 그 외로움을 잘 즐겼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제 행동이 좋은 예로 비춰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죠.”

“사람들이 ‘똥개’를 봤을 때 상응되는 반응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너 상 타겠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그 연기를 인정 안 해주셨죠. 정우성이 밀양 사투리를 쓰고,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는 게 상상 안 됐나봐요. 그런데 이젠 달라졌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보신 분들이 ‘태영 캐릭터 재미있다’ ‘되게 잘했다’고 평가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그래왔던 노력의 결실이 지금에서야 맺는 거 같아요.”

지난해 정우성은 상복이 넘쳤다. 그는 ‘증인’으로 생애 첫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정우성은 상을 받을 당시, 놀란 눈치였다. 30여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이런 순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우성답게 상이란 것에 휘둘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이 잠시 연기된 것에도 말이다. 그에겐 확고한 길이 있었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부담을 갖거나 더 잘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했다는 느낌이었죠. 상은 한 캐릭터에 대한 정우성 연기의 작은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평가해 상을 준 건 아니라고 봐요. 특히 ‘증인’ 주류 소재를 다룬 영화도 아니었죠. 그래서 ‘증인’으로 상을 받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우려로 잠시 개봉 연기 됐었죠. 배우, 스태프 모두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어요. 이건 모든 업종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잖아요. 빨리 안정이 되고 해결책이 보이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모두가 편안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우성이 배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감독으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한다. 그가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며 감독들의 곁에서 일하는 걸 지켜본 덕분에 정우성은 연출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거침없는 질주가 영화에서도 제대로 드러날지 궁금해진다.

“요즘에서야 육제적으로 피로하더라고요. 잘 수 있을 때 자자.(웃음) 그런데 정신적으로 지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약간 힘든 순간이 오긴 하지만, 그게 저를 완전히 다운시키진 않아요. 항상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요. 아무것오 없는 애가 영화배우 되고,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었어요. 이 일을 즐기다보니 더 많은 일을 얻게 됐죠. 그런데 요즘은 피곤하네요.(웃음) 아무래도 연출 준비하고 배우들 스케줄에 맞춰 촬영을 해야하니 말이죠.”

“감독분들 곁에서 항상 일하시는 걸 지켜봤기 때문에 배우 일을 하다가 감독이 됐다고 당황하진 않았어요. ‘보호자’ 촬영이 시작되니 빨리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제가 선택한 촬영지가 베스트였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정말 만감이 교차해요. 요즘 영화들이 개봉일을 잘 못 잡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제 영화도 언제 개봉될지 모르겠어요. 제 바람은 ‘보호자’가 가을쯤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까지 ‘파이팅’하려고요.(웃음)”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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