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이 극장가에 돌아왔다. 앞서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부터 ‘사라진 놉의 딸’(2014)로 한국 영화계 대표 시리즈물로 자리매김한 ‘조선명탐정’의 세 번째 작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하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을 통해서다. 전작의 매력을 한데 버무려 더욱 진화한 모습을 선보인다.

  

‣ 판타지를 쫓는 추리사극

영화는 기이한 불에 사람들이 타 죽는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 사건을 뒤쫓는 탐정 김민(김명민)과 파트너 서필(오달수)의 사연을 담는다. 거기에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의 소문이 얹히고, 명탐정 콤비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사건에 무대뽀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조선판 셜록홈즈’라는 애칭을 달고 있는 ‘조선명탐정’은 그간 다양한 소재로 영화 팬들의 흥미를 자극해 왔다. 첫 번째 작품이었던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선 공납 비리를 숨긴 관료들의 음모를 파헤쳤고, 두 번째 작품 ‘사라진 놉의 딸’에선 조선을 뒤흔든 불량은괴 유통 사건을 수사했다. 1편은 추리물로서의 매력을, 2편이 액션활극과 같은 인상을 줬다면, 이번 ‘흡혈괴마의 비밀’에선 앞선 작품들의 매력에 판타지를 가미했다.

 

어찌보면 머리를 짜내는 '추리물'로서의 매력은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에 대해 오로지 뛰어난 두뇌로 책략을 짜내는 김민의 모습은 ‘조선명탐정’ 특유의 매력을 더한다. 화살촉에 적힌 글자로 다음 살인을 예측하고, 서양의 뱀파이어 설화에 기대 흡혈귀에 대적할 무기를 만들고, 비밀이 담긴 암호문을 해독하는 과정은 이 작품이 가진 ‘추리물’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 여전한 탐정 콤비의 케미스트리(Feat. 김지원)

‘조선명탐정’이 8년 간 세 편의 시리즈나 이어져 올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김민-서필 콤비의 유쾌한 케미스트리다. 추리극을 표방하지만, 관객들을 사건에 매몰시켜 고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 캐릭터의 개그로 한 발짝 거리를 두게 만들면서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을 더욱 크게 빛낸다.

 

여자를 밝히고 잘난 척하기에 바쁜 김민과 그런 그를 노려보며 돌직구를 날리는 ‘츤데레’ 서필의 유머코드는 이번 ‘흡혈괴마의 비밀’에서도 유효하다. 가장 압권은 흡혈귀를 자극하지 않으려 서필의 손가락과 뺨의 묻은 피를 빨아주는 김민의 더티함이다.

두 캐릭터의 촘촘한 관계에 힘을 얹은 배우 김지원의 역량도 인상적이다. 이름도,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인 월령으로 출연한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극 전반에 웃음과 긴장을 환기한다. 자칫 잘못 연기했다가는 명탐정 콤비의 케미스트리에 이질감을 줄 위험이 있는 역할이었지만, 러닝타임 내내 그러한 우려를 반전시킨다.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지민, ‘사라진 놉의 딸’의 이연희 등 그간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여성 캐릭터는 많았지만, ‘흡혈괴마의 비밀’ 속 김지원만큼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경우는 없었다. 최근 여성배우, 여성캐릭터의 활용에 대해 영화계 전반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논란을 멋지게 돌파하는 캐릭터가 탄생한 듯 하다.

러닝타임 2시간. 12세 관람가. 2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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