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이 또 공감의 문을 두드렸다. 사회라는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존법을 선택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Live)’(연출 김규태/극본 노희경)에는 오직 먹고 살기 위해 경찰공무원의 길을 선택하는 염상수(정유미 분)와 한정오(정유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정오는 하루에도 서너 곳의 면접을 보며 취업 문턱을 기웃거리는 취업준비생이다. 엄마 정오모는 미혼모의 몸으로 공황장애약을 복용하면서도 보험 일을 하며 악랄하게 한정오를 키워왔다. 노골적으로 무시를 하는 면접관의 면전에 “재수 없는 꼰대 새끼”라며 일갈할 수 있을 정도로 패기 넘치는 한정오도 이런 엄마 앞에서는 얼굴 볼 낯이 없어진다.

생수회사 인턴 염상수 역시 하루하루 비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꿈꾸는 건 오직 하나, 하루아침에 문자 통보를 받고 쫓겨날 걱정 정규직. 하지만 회사는 불법 다단계로 문을 닫아버렸고, 가족들의 재산까지 회사에 투자하게 했던 염상수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여기에 홀어머니(염혜란 분)를 떠넘기다시피 하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버린 형(김태훈 분)까지. 인생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한 순간 염상수의 눈에 들어온 건 경찰공무원 모집 전단이었다.
 

마찬가지로 여느 때처럼 면접을 보고 귀가 중이던 한정오는 지하철 안에서 염상수와 같은 전단을 발견했다. 친구가 수십, 수백의 경쟁률을 지적하자 한정오는 “공무원은 시험점수만 보잖아, 다른 스펙들 안 보고. 여자도 승진도 하고”라고 답한다. 염상수도, 한정오도 ‘열심히’ 만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청춘에게 경찰공무원 도전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하고 공부에만 전념한 끝에 두 사람은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건만, 중앙경찰학교에서 오양촌(배성우 분)을 만나게 됐다. 말 그대로 ‘빡빡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제 갓 공시생 티를 벗고 두 발 뻗으려는 청춘에게 오양촌은 “경찰과 공무원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벌점 30이면 중앙경찰학교 퇴소인 상황에서 한정오와 염상수는 오양촌의 ‘벌점 폭격’에 숨이 턱 막혀온다.
 

하지만 신이 도움을 주셨다. 오양촌이 갑자기 전보 발령을 받아 현장으로 돌아간 것. 그러나 이튿날, 중앙경찰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훈련과정이라는 시위 현장투입이 이루어졌다.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버스에 오른 염상수와 한정오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때, 교관 마이크를 잡은 교관이 말한다.

“오늘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뜻은 처맞아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시위대가 밀어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동료가 맞아도 구하지 않으며, 오로지 대열만 지키며 전진한다”

사회라는 대열에서 이탈해 인생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불안,에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춘. 일자리가 곧 꿈이었던 것처럼 살아온 염상수와 한정오가 그려갈 미래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tvN '라이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