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감정적으로 굉장히 깊은 영화다. 특히 처절하지만 비뚤어진 부성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진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에서 그만큼의 고민은 조금 과하다는 인상이지만, 배우의 능력치로 다소간의 아쉬움을 상쇄한다.

  

영화 ‘7년의 밤’은 한 순간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남자 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 세령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영제(장동건)의 7년 전 진실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 불의의 죽음을 맞은 소녀의 아버지 영제는 자신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던 딸의 행적을 되새겨 보다가 그날 밤 도로를 스치던 현수의 차를 기억해내고, 그에게 더 깊은 고통을 주기로 결심한다. 그의 비뚤어진 소유욕은 점점 광기로 변모, 스토리는 예측불가의 방향으로 흐른다.

스토리에서도 느껴지듯 ‘7년의 밤’은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다. 관객들의 기대도 아마 장르적인 부분에 많이 치중돼 있을 것이다. 스릴러 장르가 재미있기 위해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추적, 생존을 위한 대결서사, 그리고 범인에 대한 복수서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날카롭게 파고드는 강조점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잘 표현돼야만 서사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관객들은 커다란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7년의 밤’은 또렷한 스릴러로 보이진 않는다.

 

‘7년의 밤’의 서사는 강조점이 희미하다. 스릴러로서 매력을 간직한 부분은 영제의 복수인데, 사건을 추적하고, 범인을 알게 되고, 복수가 실행되는 과정들의 호흡이 일정하지는 않아 조금은 끊기는 느낌을 준다. 영화는 영제가 현수의 아들 서원(고경표)을 납치해 현수에게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주려는 복수로 전개된다. 집착과 광기에 가득 찬 오영제의 존재감은 극 중 현수는 물론, 관객들마저 공포에 떨게 하지만, 스릴러적 재미를 주기엔 속도감이 다소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현수는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죄책감들을 하나둘 씩 꺼내 회상한다. 한 꼬마를 살해했다는 죄, 불쑥 떠오르는 과거의 트라우마, 나 때문에 죽을지 모르는 아들에 대한 걱정 등등 그러면서 영화는 영제의 복수에 직면한 채 두려움에 벌벌 떠는 현수가 마음에 쌓인 죄를 (잘못된 방식으로) 털어내는 ‘회개’처럼 보인다. 이는 진실성 있지만 너무 느릿하게 다가온다. 이에 절정을 향해 치달아야 할 영화는 갑자기 급제동과 급출발을 반복하며 미숙한 드라이빙을 하고 만다.

 

결국 ‘7년의 밤’은 보편적인 스릴러 문법의 영화라기 보단 한 남자가 실수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서 겪는, 아주 마이너한 분위기의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재밌고 좋은 스릴러는 아닐지라도, 극적 몰입감 자체는 상당하다. 이는 원작이 가진 워낙 거대한 아우라와 말이 필요 없을 수준으로 발산되는 배우 류승룡 장동건의 연기력이다.

류승룡이 맡은 최현수 역은 감정적 파고가 상당히 넓다. 세령을 죽였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런 자신을 쫓는 세령의 아버지 영제를 보면서 과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폭발하는데, 류승룡은 이를 광기 어린 연기로 표현해낸다. ‘염력’ ‘도리화가’ 등 최근작들에서 조금 주춤했던 그의 역량이 100% 발휘된다. 원맨쇼처럼 모든 걸 쏟아내는 류승룡의 연기는 극 초반부를 ‘하드캐리’한다.

극 중후반부를 책임지는 오영제 역의 장동건의 힘 역시 상당하다. 가족에 대한 집착에 딸 세령을 폭행하는 등 비뚤어진 부성애를 보여준다. 이는 곧 격렬한 복수심으로 치환되는데, 무표정하지만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낸 얼굴로 현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은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M자 탈모 분장조차도 우스꽝스럽기보단 서늘함으로 다가온다. 박수가 절로 나온다. 배우들의 역량만으로도 ‘7년의 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러닝타임 2시간3분. 15세 관람가. 28일 개봉.

 

사진='7년의 밤'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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