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담당하는 맏형 상훈(박호산)과 막내 기훈(송새벽)이 있다. 알콩달콩 웃기면서도 어쩐지 눈물이 나는 '웃픈' 형제가 이중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벼운 듯 던지는 유머 속에 이들이 마주한 현실에 대한 자조가 섞여있는 ‘나의 아저씨’ 표 현실 유머 세 가지를 살펴봤다.

#1. 아저씨 공포영화

상훈(박호산)의 ‘아저씨 공포영화’는 첫 회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됐다. 호프집에 나란히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던 삼형제“중년의 아저씨가 정리해고 당하고, 사업하다가 퇴직금 다 말아먹고, 이혼당해. 돈 없어. 그지야. 노모 장례식에 문상객이 하나도 없어. 썰렁해”라며 영화의 줄거리를 읊었다.

짠내 가득 영화 속 인물의 이야기는 상훈의 삶 그 자체라 더욱 귀를 끌어당긴다. 물 컵을 들다가 허리를 삐고, 주위에 아무도 없어 그 자세 그대로 해가 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돈 없는 우리 형” 이야기의 반전은 “그동안 날 무시했던 놈들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 얘기는 자기만 재밌다”면서 면박을 주는 기훈의 말대로 없어 보이는 이 시나리오는 웃기지만 어쩐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힘든 현실을 살지만 마지막 한방 정도는 꿈꾸고픈 상훈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 잘리는 순간 너, 바로 나 된다

상훈은 무려 22년 동안 재직했던 회사의 직원 중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고작 두 명뿐이었다고 한탄했다. 또한 동훈(이선균)에게 “불쌍한 우리 엄마 장례식에 화환이라도 하나 제대로 박혀있고, 쪽팔리지 않게 문상객 채우려면”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지 꼭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잘리는 순간 너, 바로 나 된다”는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농담처럼 건네는 말이지만, 중년의 나이에 직장을 잃고 노모의 집에 얹혀있는 상훈의 씁쓸함이 가득 담겼다.

#3. 나는 괜찮아. 내가 더 대책이 없는데 뭐

삼형제는 지안(이지은)이 사라졌던 오천만원의 뇌물을 훔친 것이 아니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훈은 “지가 가지려고 훔친 것도 아니고 형 살리려다 훔쳐다 버린 거”라면서도 지안과 거리를 두라며 충고했다. 이에 기훈은 “나는 괜찮아. 내가 더 대책이 없는데 뭐”라고 말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동훈의 반응처럼 기훈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 20년간 영화감독 지망생이기만 했던 그의 자조가 묻어났다. 

‘나의 아저씨’.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tvN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