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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지아, ‘반전’ 활 든 바이올린 여제의 두 얼굴

'미모와 실력' '토종'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31)가 오랜만에 리사이틀(4월2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클래식 음악 팬들을 만난다. 홀터넥 블랙드레스로 성장한 채 싱글리스트 성수동 스튜디오에서 실제 연주를 방불케 하는 사진촬영을 마친 뒤 인근 카페에서 마주했다. 연주회 타이틀 ‘반전(反轉)’ 만큼 극단을 아우르는 이야기 그리고 이미지가 향 좋은 커피마냥 내려졌다.

 

 

◆ 3년 만의 리사이틀 도전

오케스트라 협연, 실내악 무대 등에서 왕성한 활약상을 보였으나 오롯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연주홀을 채우는 리사이틀로는 2015년 ‘칸토 안티고(오래된 노래)’ 이후 3년 만이다.

“청중의 기대감이 높은 큰 무대를 자주 하는 건 연주자로서 부담스럽죠. 2년도 너무 자주인 것 같고 3년이 딱 좋아요. 연주곡의 특성과 내 스타일이 계속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데 그간 배운 것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시기로 3년이 적당해요.”

그가 요즘 절실하게 느끼는 감정은 “제대로 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이다. 너무나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는 연주자들이 많아진 가운데 정말 이 곡에 적확한 신지아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싶어한다.

“다행히 최근엔 저의 색깔을 많이 입히게 됐어요. 이번 독주회도 인생의 한 단계를 올라가는 시기를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주했던 바흐 등의 당시 해석과 지금의 해석은 너무 다르겠죠. 또 과거엔 대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신지아의 컬러로 연주하는 걸 테고요.”

 

 

◆ 양면적 프로그램

2013년 바흐, 2015년 슈베르트, 2016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시리즈를 연주했다. 이번에도 특정 작곡가의 세계를 탐사하는 시리즈에 도전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아티스트의 고집을 내세웠다면 모차르트를 선택했을 법하다. 하지만 틀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방송(KBS1 TV ‘더 콘서트) 진행, 콜라보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클래식을 더욱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자연스레 청중이 더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해보자란 결론에 도달했죠. ‘샤콘느’는 바흐 작품 중 제일 유명하고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처음 접해도 매력을 흠뻑 느끼는 곡이에요. 2부에선 너무 서정적이지 않으면서도 현대음악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마노프스키 ‘세 개의 신화’와 테크닉 많은 비니아스프스키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골랐어요.”

1부가 부드럽고 서정적이라면 2부는 초절기교의 화려함이 지배한다. 양면적 프로그램이자 두 분야를 출중하게 소화해내는 비르투오소 신지아의 ‘반전’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다만 보통의 프로그램이 난이도 면에서 강약 조절이 있는데 이번엔 ‘하드코어’ 일색이라 무대에서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밀려든다.

 

 

◆ 흙수저 출신 성공신화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을 거로 여겨진다. 전북 전주 태생인 신지아는 4살부터 과자 케이스로 만든 모조품을 손에 쥔 채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어머니가 하루 5시간씩 연습을 시키셨다. 친척집에 갈 때도 놓지를 않았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연습을 마치고 나서야 가능했다. 연습은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어린 나이에 칭얼대다가 많이 혼났어요. 어머니는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엄하게 교육을 시키셨어요. 혼나는 게 무서워 열심히 했고, 몸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만둬야겠단 생각조차 하질 못했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때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선생님을 만났는데...어머니를 뛰어넘으시더라고요.(웃음)”

어려운 집안형편에도 어머니는 먼저 바이올린을 시작한 언니(신아라 서울시향 부악장)와 자신을 뜨거운 교육열로 뒷바라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소식을 알아낸 어머니가 집요하게 노크했고, 김남윤 교수가 공연차 전주를 들렀을 때 집으로 초대해 자매와의 인연을 만들어냈다. 신지아는 전주예중에 이어 전주예고 1학년 때 한예종 영재로 조기 입학했다.

“김 선생님이 ‘이렇게 힘든 형편에 아이 둘을 바이올린 시키느냐’며 깜짝 놀라셨어요. 그 이후 레슨비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지도해주셨고요. 제게는 두 번째 어머니세요. 두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지금의 제가 있는 셈이죠. 돈이 없어 악기사에서 싸구려 악기를 빌려 좋은 소리를 내야 하니까 죽도록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었고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어도 예술은 꼭 좋은 환경에서만 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저를 보고 많은 후배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해외 콩쿠르 석권...‘국내 순수파’ 성과

초등학교 때 6학년까지 국내 콩쿠르에 집중했다면 중학교 입학 이후 해외 콩쿠르에 출전했다. 2001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주니어 부문 2위, 2002년 요한슨 국제 청소년 현악 콩쿠르 1위, 2004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3위, 2005년 티보 바가 국제 콩쿠르 3위와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3위, 2006년 하노버 국제 콩쿠르 2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5위, 2008년 롱-티보 콩쿠르 1위 및 4관왕, 2012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콩쿠르 도전의 마지막은 ‘퀸 엘리자베스’로 장식하겠단 목표를 이뤘다.

“언어도 서툴렀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항상 혼자 다녔어요. 김남윤 선생님께서도 ‘혼자 해버릇 하라’며 권하셨고요. 자아가 형성되던 시기에 비행기 타는 것부터 시작해 현지에 도착해 이런저런 수속을 홀로 해내면서 독립심이 생겼어요.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서럽고 힘들었는데 또 버텨냈죠. 그러면서 강해졌고 무대에 설 때 도움이 된 듯해요. 지금도 무대에 오르면 너무 너무 떨리지만 곡에 집중하는 순간부터 대담해져요. 어렸을 때부터의 훈련 덕분인 것 같아요.”

김남윤 교수는 “음악은 스스로가 표현하는 것”이라며 음악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가르치기보다 평소의 행동이나 습관, 인성에 대해 집중 교육했다. 그 결과, 콩쿠르에서 연주할 때 심사위원단은 “신지아의 연주는 철저하지만 그 안에 당당함과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다”는 평을 하곤 했다.

 

 

◆ 나 혼자 산다

리사이틀 이후 일본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에서의 연주가 기다리고 있다. ‘패션’ ‘칸토 안티고’에 이은 새 레코딩은 진지하게 구상 중이다. 나홀로족인 그는 혼자 하는 놀이에 익숙하다.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자주 혼영을 해요.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보죠. 운동으로는 등산을 즐겨요. 북한산, 관악산 그리고 양재도 가는데 주로 혼자서 다녀요. 한번 입산하면 항상 정상까지 오르고요. 좀 빨리 올라가는 편이에요. 힘든 과정을 거친 뒤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뿌듯해져요. 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인가 봐요.(웃음) 정신없는 한국 생활에서 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라 좋아요.”

 

사진= 이진환(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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