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스모커즈, 디스클로저, 덥스, 가렌즈...해외 유명 DJ듀오처럼 국내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필드에서도 듀오로 활동하는 팀이 있다. 가장 힙(Hip)한 뮤지션으로 꼽히는 정킬라(Junkilla)는 바리오닉스(황재민·29)와 스왈로우(김현준·30)으로 구성된 팀이다.

 

EDM DJ 정킬라의 스왈로우(김현준, 왼쪽)과 바리오닉스(황재민)

올해 초 소니뮤직이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론칭한 EDM 전문 레이블 ‘리퀴드 스테이트’에 글로벌 DJ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1호 아티스트로 합류했는가 하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바리오닉스), 에어리얼(스왈로우) 종목 음악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

두 남자가 최근 첫 EP앨범 ‘서지(Surge)’를 발표했다. 사랑의 기쁨, 이별, 외로움 등 휘몰아치는 감정이 3곡에 담겼다. 대중적인 선곡이다. 토마스 다니엘이 피처링에 참가한 ‘데이드림’은 행복한 감정이 밀려드는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위드아웃 유’는 퓨처 베이스(트랩, 신스팝, 덥스텝, 앰비언트 등 여러 장르가 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장르)로 서정적이며 멜랑콜리하다. ‘어비스’는 부담 없이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대중들이 정킬라와 저희 음악을 ‘EDM’으로만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클럽에 어울리는 신나는 음악만이 아니라 여러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어요. 이제까지 강한 음악들만 발매하다가 밝고 경쾌한 곡들로 EP앨범을 꾸몄는데 보다 많은 리스너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해봤어요.”

2015년에 팀을 결성했다. 그 전부터 친구사이였다. 클럽에서 안면을 익혔고, 각자 DJ로 활동하며 친해졌다. 워낙 유명했던 바리오닉스는 무수히 많은 클럽을 종횡무진 누볐으며, 스왈로우는 ‘DJ 레스큐’란 이름으로 홍대와 이태원에서 주로 활동했다.

 

 

보통 DJ는 솔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사람이 팀을 이뤘을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입을 모은다. 단체생활이므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고. 그럼에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상대가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음악적 상호보완이 돼요. 플레이하다가 실수하더라도 든든히 커버해줘서 안심이 되고요. 곡을 만들 때 조언이나 피드백이 빨리빨리 이뤄지는 점 역시 장점이고요”라고 말한다.

아티스트 느낌이 강한 스왈로우가 프로듀싱을 주로 맡는다면, 바리오닉스는 톤 조정을 비롯해 멜로디 추가 등 디렉팅이나 스타일링을 담당한다. 각자 특장점이 뚜렷해 앙상블과 시너지에 있어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차량 광고업체 사장을 거쳐 트랜스 장르 DJ로 음악을 시작한 스왈로우는 사운드에 관한 한 독보적이다.

“오타구 기질이 있어서 엄청나게 음악을 많이 듣고, 오랜 시간 작업에 집중하는 친구예요. 작은 사운드 하나라도 공간감을 고려해서 잘 잡아내요. DJ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이 ‘사운드 변태’인데 난 그런 부분이 약하고, 현준이는 베스트죠. 엔지니어링에도 강하고요. 그동안 많은 프로듀서들과 작업해봤지만 현준이처럼 악착같이 하는 친구를 못 봤어요. 그래서 현준이랑 같이 하려고 내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어요.”(바리오닉스)

바리오닉스는 드럼앤베이스 DJ로 출발했다. 대학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모델, 브랜드숍, 쇼핑몰을 운영했던 전사에 걸맞게 트렌드와 퍼포먼스에 있어 ‘지존’이다.

 

 

“퍼포먼스를 바리오닉스보다 파워풀하고,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디제잉을 같이 할 때 안심이 되죠. 평소 아이템이나 트렌디한 것들을 잘 캐치해요. 추진력도 있고요. 그래서 바리오닉스가 ‘이런 걸 해보자’고 자주 제안해요. 전투적이고 열정이 강한 친구죠. 제가 만든 음악이 대중적이지 못하거나 구성 면에서 꼬여있을 때 그런 걸 풀어내주는 센스가 뛰어나요.”(스왈로우)

정킬라로 의기투합한 뒤 둘은 EDM 팝 사운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정킬라 만의 사운드를 찾아가고 있다. DJ들의 플레이는 주로 사운드와 리듬의 향연인데 팝적인 EDM을 추구하는 이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보컬 파트를 원한다. 좋은 보컬리스트들과의 협업은 필수다.

“이미 ‘바운스’에서 EDM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조예를 보여주신 조용필 선배님의 ‘비련’을 협업해보고 싶어요. 파워풀한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이은미 선배님을 비롯해 이선희, 김윤아씨와 같은 여성 보컬리스트들과도 해보고 싶죠. 래퍼 김심야씨 가사가 우리 음악에 얹히면 엄청 멋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힙합비트를 많이 만들어놨거든요. 이분들의 노래 리믹스도 좋고, 우리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가해주셔도 좋겠죠.”

 

 

정킬라는 해외진출을 목표로 출발했다. 아시아권부터 공연을 시작해 중화권 시장을 공략한 뒤 EDM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마저 정복하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아시아는 시작하는 단계예요.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제일 시장이 크고 유행이 빠르죠. 이렇게 큰 EDM 페스티벌을 매해 주최하는 나라는 드물거든요. 우리 민족 특유의 넘치는 흥과 끼, 서정성 덕분일 거예요. 하지만 그야말로 시작 단계죠. 국내 음악방송이나 음원차트에 EDM 아티스트가 이름을 올린 적이 없잖아요. 앞서 힙합이 그런 단계를 밟아가며 대중적으로 확산됐듯이 저희도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친구들과 함께 EDM 개척자 역할을 해내고 싶어요.”

이파리와 열매는 많으나 뿌리가 없는 느낌의 국내 EDM 신에서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두 DJ. 꿈의 무대를 물었다. 바리오닉스는 뮤지션들의 파티인 코첼라 뮤직&아트 페스티벌과 울트라 마이애미 메인무대를, 스왈로우는 크루즈 파티인 홀리쉽 페스티벌과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디제잉하는 것을 꼽았다. 세계 첫 행성 DJ가 탄생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예감이 댄서블하게 밀려든다.

사진= 허승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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