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2년이라는 공백을 가지고 돌아온 고성희는 쉼표없이 작품을 했다. 우선 공개된 건 ‘마더’와 ‘슈츠’ 두 작품이지만 김동욱과 함께 출연한 영화 ‘트레이드 러브’ 촬영도 마무리한 상태다. 이토록 그녀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뭘까.

“일이 너무 좋아요. 공백기 전에도 2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렸는데 그때는 행복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스스로 부족함도 느끼고, 위축되기도 했었고, 스스로의 힘보다는 뭔가에 끌려가는 거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지금은 육체적으로는 지치는데, 정신이나 마음이 좋아요. 현재로서는 삶의 낙이 일로 인한 성취감, 먹는 거 밖에 없어요.(웃음)”
 

배우에게 공백은 사실상의 실직이다. 그렇기에 고성희라는 20대 청년이 느껴야 하는 심리적 고통도 컸다. 고성희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쉬고싶어서 쉬었던 거였어요. 그러다 복귀하려고 이야기가 오갔던 작품이 다 불발이 된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백기가 길어졌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잘 하는 신인들이 많은데 감독님들 입장에서 새롭지도, 핫하지도 않은 저를 쓰실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라고 냉담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하지만 몇달이 일년이 되고, 결국 해를 넘겨버리며 부모님의 눈치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됐다고.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일부러 피해 다닐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배낭여행을 갔어요. 공백기 동안 한국에 있었던 시간이 1~2달 밖에 안됐을 거에요. 돈도 없이 친구가 있는 곳, 친척이 있는 곳을 옮겨 다녔어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화가 났다가, 남탓도 하게 되고, 나중에는 내 자신을 책망하고 이렇게 1년 반 정도가 지나니까 현실이 받아들여지더라고요. 내 문제점, 내가 부족했던 지점같은 게 보였어요. 마음을 비우니까 오히려 기회가 찾아왔어요. 예전에는 저를 위해 일해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몰랐어요.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변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일까. 20대 초반에 인간 고성희의 행복이 중요했다는 그녀는 현재 ‘사랑보다 일’을 강조했다. 사랑을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우선은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전에 없던 여유도 생겼다고 한다. 고성희는 “스스로 어떤 ‘척’하는 게 많이 없어진 거 같아요. 빈틈이 많은 사람인데 갖춰보이려고 했어요 예전에는. 요새는 그게 없어지니까 더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라고 밝혔다.

발전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여성 캐릭터가 한정적인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시장에서 올해로 만 28세인 고성희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하지만 본인은 “(20대 초반 때보다) 오히려 좋아요”라며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진 거 같아요. 전문직도 할 수 있고, 로코도 할 수 있고, 자영이같은 엄마 역할도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입밖으로 서른을 내뱉기는 이상할 거 같아서 앞으로 그냥 ‘90년생’이라고 말하고 다니려고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본인의 청사진대로 필모그라피가 쌓아지고 있을까. 고성희는 “화제성 보다 작품성을 고려해서 작품을 선택했는데 저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보이는 결과물로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나이대에 동시기에 데뷔한 친구들이 주목받으면서 부러운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더’ 선택할 때 그 생각이 확고해진 거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빨리 깼어야 했다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본인의 마음가짐 때문일까. 상대배역 운도 좋았다. 손석구는 ‘마더’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하며 ‘슈츠’에서도 함께 작품에 임했다. ‘슈츠’에서는 팬층이 두터운 박형식과 달달한 로맨스를 그렸다. 개인적인 성향이 다른 두 배우였지만 고성희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손)석구 오빠는 동네 슈퍼에서 마주칠 거 같은 사람이에요. 많은 배우들을 봤지만 그 선배는 정말 내추럴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슈츠’를 보면서 오빠가 데이빗으로 나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이입이 안됐어요. ‘이 바보 오빠가 어떻게 날선 역할을 하지’ 했는데 되게 멋있더라고요. 종방연 때 못봐서 아쉬웠어요. 정말 좋은 배우에요. 사람 냄새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요(웃음)”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는 게 불안하다는 고성희. 그는 “제 결혼이 늦어질 거 같아서 친구들이 가면 아쉬워요. 주변에서 선배님들이 제가 일만 하니까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세요. 직업 특성상 가정을 이루고 선배님들 보면 되게 부러워요. ‘마더’ 촬영때 지성 선배님이 이보영 선배님 현장에 오신 걸 봤을 때도 ‘저런 사랑을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싶었어요”라고 털어놨다. 고성희는 연애상대로 동종업계 사람 역시 무방하다면서도 “근데 동종업계에 지성선배님 같은 분이 계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에 나올 때마다 화제성이 높은 점을 말하자 “예능이 너무 좋아요”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성희는 “제가 데뷔하고 5년 동안 봉인돼 있었잖아요”라며 “막상 해보니까 몸이 많이 힘든데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유일하게 방송 안에서 저일 수 있는 부분인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고성희를 언제쯤 또 만날 수 있을까. 아직 차기작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에도 고성희의 선택은 옳을 거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됐다. “좋은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차기작이 저도 궁금해요. 이제 잘 선택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이번에 온전히 로맨틱 코미디에 집중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예 걸걸한 배역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처럼 연기할 때의 발성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캐릭터도 하고 싶고요” 고성희의 착한 욕심이 느껴졌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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