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평생을 작은 화면에 갇혀 죽음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는 잔인한 범죄. '디지털 성범죄'라는 연쇄살인의 진범은 누구일까.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웹하드 불법 동영상과 웹하드 업체의 행각을 집중 조명했다.

 

 

하연주(가명)씨는 3년 전 친구를 떠나보냈다. 하씨는 "갑자기 음란물을 지워야 한다고 도와줄 수 있냐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도 모르는 사이 촬영된 영상이 수많은 사이트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퍼져있었고 100원~15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남자의 신원을 모르는데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친구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돈을 들여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친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친구가 사망한 후 범인을 좇던 하연주씨는 영상을 몰래 촬영한 남자가 다른 성범죄 영상에도 나온다는 댓글을 발견했다. 경찰서를 찾아 영상 속 남자를 잡아달라고 했지만 피해 당사자가 해야 절차대로 진행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이 영상들이 연인간 보복을 위해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와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당 남자는 여성을 유인할 때부터 영상 제작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영상 속 남자를 알아본 사람을 만났다. 한 모텔 관계자는 "야동에 많이 나오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수소문 끝에 남자를 안다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남자의 지인은 "영상은 기존에 봤다. 아마 아동청소년 성범죄 위반인가 그걸로 처벌 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국내 웹하드 사이트에서 피해 영상은 사라졌을까. 제작진은 2개의 웹하드 사이트에서 해당 영상을 쉽게 발견했다. 한 사이트에는 같은 제목으로 무려 11개의 영상이 올라와있었다. 영상을 올린 아이디가 각각 다르고 11명 모두 수 천개 이상의 영상을 유포하고 있는 헤비 업로드였다. 이 영상에는 각종 광고도 실려 있었다.

3년 전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불법사이트 소라넷의 강간 모의 사건 이후 소라넷은 폐쇄됐고 해외에 있던 운영자 중 한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 영상은 줄어들지 않고 더 확산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웹하드 사이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파일을 업로드 하고, 또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웹하드 사이트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한 제보자는 영상 하나를 공개했는데 실제 성폭행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었다. 목격자는 "촬영자가 안경 몰카를 쓰고 촬영했다. 이 여자 분은 자기 영상이 돌아다니는지, 찍혔는지도 모를 거다"고도 말했다.

피해영상이 국내 웹하드 사이트 제휴 콘텐츠로 등록돼 있는 것도 발견됐다. 성범죄 영상에 소유권을 가진 업체가 있다는 의미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범죄 영상이 일본 사이트에서 정식 제작 포르노인 것처럼 수익 상품화돼 팔리고 있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유통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는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개소하자마자 70여일 만에 피해자 접수가 800명에 달한다. 삭제 지원 건수는 3000건이 넘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피해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유착관계가 제기됐다. 웹하드 업체가 여전히 필터링 업체를 실소유하고 있고,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삭제하고 있는 디지털 장의업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돈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

필터링 업체 측은 "웹하드 업체와 제휴 관계일 뿐 독립된 법인으로 유착은 사실 무관이다. 성범죄 영상에 대한 차단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터링 업체에 문의 차 전화확인을 하자 "우리는 게시물 삭제가 아니라 영상 자체를 차단해버린다"며 단순 삭제가 아니라 업로드 자체를 원천 차단한다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1건 3개월에 부가세 포함해 55만원을 받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는 법적으로 필터링 의무를 지고 있는데 왜 피해자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일까. 27개 웹하드 업계가 소속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 김호범 협회장은 자정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한 뒤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업체에 출혈을 감수하라고만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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