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뺑반’ ‘비스트’ 그리고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까지 전혜진은 걸크러시 역할을 많이 맡으며 팬들에게 걸크러시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걸크러시 역할이 들어오는 이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참으로 남달랐다.

“제가 걸크러시의 대명사라고요? 솔직히 저한테 들어오는 역할이 그런 거 밖에 없어요. 남자들 사이에서 걸크러시를 뿜어낼 여성 캐릭터. 요즘은 걸크러시라는 말이 여기저기 다 쓰여서 진짜 의미를 모르겠어요. ‘비스트’ 춘배도 그렇고 지금 하는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송가경 역도 자신의 세계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물들이잖아요.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같아요.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이라면 사회에서 일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신경쓰고. ‘검블유’ 시청률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화제성이 있더라고요. 오늘도 송가경처럼 슈트입고 올 걸 그랬나봐요.(웃음) 솔직히 송가경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요. 제 안에 숨겨져 있는 우울한 부분을 다 끄집어낼 수 있어서요.”

전혜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경험이 그의 연기에 녹아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도 하나의 나이대로 통일하는 그의 마음가짐, 항상 젊게 생각하려는 그의 노력이 연기로 나와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게 아닐까 싶다.

“춘배도 춘배지만, 송가경도 시댁의 압박을 받고 자기 인생 전체에 회의감이 있는 상태잖아요. 걸크러시를 뽐내지만 알고 보면 여린 캐릭터죠. 송가경이 화를 낼 수 있는 상대는 배타미(임수정) 뿐이지 않을까요?(웃음)”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저는 항상 그 캐릭터가 29세라고 생각해요. 29세에 대한 제 기대가 있나봐요. 20대 때는 힘들어서 빨리 20대가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나이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다시 돌아가기 싫을 정도예요. 사춘기가 그때 왔나봐요. 지금은 40대여서 생각이 좀 달라질 법도 하지만. 나이 드는 거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죠. 저는 항상 29세라니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제 일을 해결하려고 했어요. 부모님의 보호와 도움을 받기 보다는 제가 스스로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고 싶어했죠.”

전혜진에게 ‘비스트’는 도전이었다. 액션부터 힘든 촬영까지 모두 소화하며 또 하나를 배워갔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 춘배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들에 자신을 감정이입해보며 극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만큼 전혜진은 ‘비스트’에 서서히 녹아들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비스트’에서 저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하는형사 한수(이성민)에 더 마음이 갔어요.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보다요. ‘범인을 잡고 싶어서 잡는 게 아니다’라는 한수의 대사가 와닿았죠.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앞에 놓은 일들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공감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한수처럼 행동하면 안 되겠죠? 한수가 이해될뿐 그의 행동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요.”

“남편 이선균씨가 ‘비스트’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어요. 제가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받기 전에 가위를 눌렸거든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죠. 제 덕분에 탄 거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선균씨가 제가 아파야 작품이 잘 된다고 말했다는데 그럼 늘 아파야 하는지. 이번 촬영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춘배라는 역할, 액션에 도전해볼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했죠. 영화가 잘 되면 더 좋겠죠?”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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