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공유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자신의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됐다. 10월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개봉 전부터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유는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오로지 극에 매진했다. 그 결과, 그는 ‘82년생 김지영’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부를 기록할 만큼 대중에게 인기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소설과 조금 다른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라든지 댓글 공격을 펼칠 이유는 없다. 영화를 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 역시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는 다를 수 있지만 그 결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 전하고픈 메시지였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원작과 좀 다르다고 하시던데 저는 그 차이를 못 느꼈어요. 대사나 상황 자체가 다를 순 있겠지만 작품이 전하는 결은 같다고 봐요. 김도영 감독님이 원작의 메시지를 영화에 잘 입혀 연출하셨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시나리오에 집중했으니 시나리오가 스크린에 잘 드러났는지 판단하면 돼요. ’82년생 김지영‘은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지게 될 거예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엄마‘ 이야기에 공감했어요. 제가 김지영(정유미)과 비슷한 나이대니 김지영 엄마가 제 엄마처럼 보였죠. 제가 몰랐던, 당연하다고 가르침 받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느꼈어요. 저를 키워주신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생각났고 아버지, 누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죠. (김)성철씨가 연기한 지석처럼 저도 막내아들이어서 상황이 더 이해됐어요. 저는 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영과 제가 맡은 대현의 집안을 보며 짠함이 느껴졌어요.”

공유가 걱정한 건 대현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였다. 그는 대중이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대현이 잘못 그려질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공유는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배우로서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대현이 이 영화에서 가지고 있는 롤의 크기가 작든 크든 간에 말이다.

“솔직히 대현 역을 맡았을 때 대중의 시선이 우려되긴 했어요. 저에 대한 호감과 판타지가 대현에 가미되면 자칫 캐릭터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건 관객분들의 판단에 맡겨야하지만 저는 영화에 방해되기 싫었고 단순히 대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현이 영화에서 지영을 이해하는 인물로 나오잖아요? 만약 무심하고 차가운 캐릭터였다가 극적으로 착하게 바뀌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판단했죠. 출연을 결정할 때도 대현이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형들 보면 대현 같은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재벌이라고 해서 다 잘생긴 건 아니잖아요. 배우 입장에서 외모가 주는 캐릭터와의 거리감을 연기로 좁혀야죠. 외모는 물론 타이틀 롤이 작은 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저는 제가 판단했을 때 가치관과 부합하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롤의 크기는 의미가 없어지죠. 대현이란 캐릭터를 맡은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제가 관객 입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만족하는지를 고민하죠. 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돼 저한테 말을 거는 영화를 좋아해요. ’82년생 김지영‘이 그런 영화였어요.”

그의 곁엔 정유미가 있었다. ’부산행‘ ’도가니‘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게 됐고 신뢰도 쌓였다. 여기에 김도영 감독, 김미경 배우 등 공유가 믿고 연기할 수 있는 버팀목이 있었다. 공유는 이들과 함께 ’82년생 김지영‘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저는 관객 또는 시청자 입장에서 정유미라는 배우를 신뢰해요. ’부산행‘ ’도가니‘를 함께 작업하면서 정유미 배우가 얼마나 상대배우에게 배려하는지, 영감을 주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죠.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을 촬영하면서 정유미 배우에게 정말 고마웠죠. 저희 둘 모두 나이대가 풋풋한 연인보다는 부부 관계가 어울렸죠. 김도영 감독님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저랑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82년생 김지영‘을 잘 만들 것 가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지영의 엄마로 출연하신 김미경 선배님의 연기가 감동이었어요. 지영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는데 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났죠. 부모가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는 건 대단한 일이잖아요. 자신의 인생을 바치면서 자식에게 올인하는 모습들이 떠올랐죠. 문제는 제가 이런 마음을 오래 못 가진다는 거였어요. 엄마, 죄송해요.(웃음) 그리고 대현이 지영한테 식탁 앞에서 본인의 속내를 토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장면을 찍기 전 시나리오만 봤는데도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어느 정도 대현의 감정에 공감했기 때문이었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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