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서울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물든 남산부터 핫플레이스 ‘연트럴파크’ 등 서울관광재단이 뽑은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 구간마다 특색있는 오색매력, 중구 남산 둘레길

사진=남산둘레길/서울관광재단 제공

남산 둘레길은 북측순환로와 남측 숲길을 이은 총 7.5km의 산책로다. 북측순환로, 산림숲길,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 역사문화길 총 5개 구간으로 나뉜다. 구간마다 특색이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북축순환로는 차량과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넓은 무장애 산책로로서 남산 둘레길 중 가장 길고 완만한 구간이다. 벚꽃이 피는 봄철과 단풍철인 가을에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북측순환로와 남측 숲길을 연결하기 위해 새로 조성한 산림 숲길에서는 흙길을 걸으며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연트럴파크’를 만들어낸 마포구 경의선숲길

사진=경의선숲길/서울관광재단 제공

경의선숲길은 경의선 노선 중 서울역에서 수색역까지의 구간을 지하화하면서 생긴 폐철로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정확한 위치는 용산구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에 이르는 약 6.3㎞의 옛 철로 구간이다. 경의선숲길을 걷다 보면 효창공원역, 공덕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가좌역 5개 전철역을 지난다. 전철역 간 거리가 도보 15분 정도 된다.

3년 전 창천·동교동 와우교 아래에 경의선 책거리가 조성되면서 경의선숲길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도 인파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홍대입구역과 가좌역 사이 구간이다. 트렌디한 상가 밀집 구역인 데다 공항철도역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한다. 주말이면 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연트럴파크’라는 애칭이 붙을 만하다.

가좌역 쪽으로 갈수록 근린공원다운 면모를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못과 징검다리가 있으며 하늘 높이 자란 은행나무들이 반겨준다. 비록 길이가 짧은 은행나무 가로수길이지만, 무르익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 서울의 무릉도원, 종로구 백사실계곡

사진=백사실계곡 윤동주 시인의 언덕/서울관광재단 제공

백사실계곡이라 불리는 백석동천은 조선 시대 별서가 있던 곳이다. 이곳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세검정 터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세검정 터를 지나 일붕선원이 있는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비탈진 암반을 타고 흐르는 계곡을 만난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 주택가를 벗어나면 너럭바위에 세워진 아담한 현통사가 보인다. 현통사가 병풍처럼 두른 산엔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현통사 앞 너럭바위를 가로질러, 백사실 터로 이어지는 계곡 숲길로 들어서면 그윽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계곡 깊숙한 곳에는 조선 시대 별서 터가 남아 있다. 주춧돌과 연못 흔적으로 당시의 별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소나무, 은행나무, 산벚나무,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이 우거진 숲이 백사실 터를 에워싸 다채로운 단풍 빛깔을 선보인다.

 

■ 4대 궁궐 중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종로구 창덕궁 후원

사진=창덕궁 후원/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 도심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단풍 명소로 4대 궁궐만한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창덕궁 후원의 단풍이 으뜸으로 손꼽힌다. 단풍철에 창덕궁 후원을 방문할 때마다 단풍 구경하러 먼 곳까지 갈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원 안에서도 부용지, 애련지, 존덕지, 관람지 네 곳의 연못가 단풍이 곱기로 소문났다. 특히 관람지와 존덕지를 둘러싼 숲이 단풍의 절정을 보여준다. 노랑, 자주, 분홍, 보라, 연두, 초록, 주황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서로 뽐내려 아우성치는 것 같다.

후원 북쪽 깊숙한 골짜기에 있는 옥류천 또한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임금이 사랑했던 공간이다. 임금과 신하들이 옥류천 소요암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으며 여흥을 즐겼다고 한다. 옥류천 주변 숲속에는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농산정, 취한정 등 정자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창덕궁 충당지와 경복궁 향원정 단풍도 유명한데 향원정이 내년 7월까지 복원 공사를 해 올해는 고운 단풍을 볼 수 없다. 아쉬운 마음은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과 청와대 사이에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걸으며 달래보자. 덕수궁 단풍은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 정동 전망대에서 감상하면 된다. 덕수궁 전경과 중명전, 정동극장, 구 러시아공사관, 서울시의회뿐만 아니라 멀리 인왕산과 북악산까지 보여 일찌감치 서울 경치 명소로 인기 있는 곳이다.

 

■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송파구 위례성길

사진=위례성길/서울관광재단 제공

송파구 위례성길은 이 지역이 백제의 도읍지였던 위례성으로 추정된 데서 이름 붙었다. 몽촌토성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위례성길이 시작된다. 이 길과 올림픽공원 남문 쪽 담장 사이의 인도에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약 1300여 그루가 길게 늘어섰다.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모습이 황홀할 만큼 장관이다. 쭉 뻗은 넓고 평탄한 길은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위례성길을 걷다가 남문1~남문4를 통해 올림픽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올림픽공원 내 몽촌토성 산책로에서도 다양한 단풍명소를 만난다. 억새길, 솔숲길, 잔디밭길을 지나고 나홀로나무, 음악분수, 88호수, 몽촌정과 송파구의 스카이라인 등을 두루 감상하며 걸으면 늦가을이 가는 게 아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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