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현대무용수 임샛별(31)이 현대무용단 LDP의 제18회 정기공연(3월23~25일·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네 번째 안무작을 흩뿌린다. 개막을 앞두고 성수동의 싱글리스트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 김성현 이정민 등 3인이 나서는 이번 공연에서 임샛별은 신작 ‘소녀’를 통해 미의 기준이 내면이 아닌 외적인 것으로 맞춰진 우리 모습을 성찰한다. 사회가 길들인 미의 기준,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 비난받는 여성들의 신체와 이로 인해 생기는 상처가 8명 여성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그려진다.

“누군가를 혹은 자신을 ‘예쁘다’라고 말할 땐 외모상 예쁜 걸 말하잖아요. 미의 기준에 대한 사회의 뒤틀린 관점, 여성들의 심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어서 최고 기량과 개성적인 스타일을 갖춘 8명의 여성 단원을 캐스팅했어요. 작업하면서 상상하거나 고민하는 부분의 공통점이 많아 캐릭터를 뽑아내는데 수월했죠. 태초부터 순수한 소녀 감성부터 거칠고 강한 면 모두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임샛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졸업 후 영국의 세계적인 아크람칸무용단에서 2009년부터 20012년까지 활동했으며 이후 LDP에 입단했다. 맏언니 격이다. Mnet 댄스 경연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낯을 익혔다.

 

 

이번 정기공연에 참여하는 김성현은 한예종 동기 임샛별에 대해 “현역 무용수들 중 가장 세련되고 기량이 좋은 무용수”라며 “차가우면서 차갑지 않고, 온도조절을 잘 한다”고 평가했다.

남성 댄서들 못지않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해온 그의 첫 번째 안무작은 2014년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육체언어로 만든 ‘견딜 수 있겠는가’였다. 이 작품을 업그레이드한 ‘헬로’는 서비스산업 확장과 함께 감정의 상품화를 육체언어로 묘파해 2016년 스페인 마스단자에서 안무가상을 받았고, 오는 9월 이탈리아 단자어바나 축제에서도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아직은 안무가로서 ‘초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또렷한 이목구비만큼이나 야무지게 안무의 철학을 술술 말한다.

“안무는 자신의 생각이 명확할 때 해야 할 거 같아요. 제 선택을 믿는 편인데 대신 선택의 이유가 분명해야겠죠. 긴 시간을 들여 만들수록 작품이 좋아져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거죠. 다음에도 이어질 수 있는 끈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국내에선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이기 때문이죠.”

 

 

무용수로 출발했고, 여전히 현역 무용수이기에 작품의 구성요소인 무용수에 대한 시선에 있어 디테일이 반짝인다.

“보통 안무를 할 때 무용수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타이프예요. 제가 고수하고 싶은 장면은 밀어붙이지만 그 외의 장면은 열어두는 편이죠. 제가 그 무용수를 기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 생각 그대로 할 거면 누구를 써도 상관없는데 캐스팅에 공을 들인다는 건 그 무용수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서니까요.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용수에 따라 정말 달라지거든요.”

작품을 구상해 무용수한테 디렉션을 주는 게 안무자의 역할이다. 임샛별은 사실상 작품의 80프로는 무용수가 만든다고 여긴다. 그만큼 무용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안무자와 무용수가 함께 고민하는 농도가 짙어질수록 작품의 질이 생성되는 듯해요. 그런데 이런 무용수에 대한 대우가 굉장히 열악해요. 영국에선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이 들었는데 한국에선 그런 느낌이 잘 안 들게 돼요. 그러다보니 무용에만 집중하기 힘든 거죠. 막상 해보니 쉽지 않은 안무가로서 소망이 있다면 작품 주제에 대한 명확한 연구와 시각, 무용수 이전에 사람으로 대우해줘야겠다는 것, 이들의 환경을 좋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에요.”

 

 

어렸을 때 수중발레를 했다가 현대무용으로 전향한 임샛별은 고비마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성취를 해왔다. 요즘은 2가지 숙제를 품고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예술의 미로를 탐색하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늘 고민하죠. 현대무용이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안무가로서 무용을 어떻게 풀어갈지. 다양한 것을 통해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죠. 그러다보면 저의 목표지점이 보다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표현 방법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달라도 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자 하는 몸짓, 현대무용의 한가운데 서서 치열하게 호흡하는 임샛별. 그가 “여러 가지 목표들을 향해 찾아가며 고민하는 지금이 내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점프 동작 촬영을 하러 인터뷰석에서 일어났다.

 

사진= 이진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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