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59) 일우재단 이사장이 블랙홀처럼 단숨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조씨 일가의 갑질과 밀수·관세포탈 등 범법의혹이 속출하는 가운데 ‘갑질’ 분야에서는 조현아·현민 자매의 맥락 없는 고성·폭언·폭행이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다. 하지만 어머니에 비하면 속칭 ‘새발의 피’ 수준이었다. 아직 갈 길이 먼 ‘한진그룹 알라들’ 클래스였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아름다운 꽃과 정원을 좋아하는 여자, 이명희 이사장의 난동은 초현실주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단순히 공분만이 아니라 ‘세상에 이런 일이’ 식 관음증적 관심을 동반한다. 사례들을 통해 전지적 참견을 해본다.

 

사례 하나. 23일 JTBC '뉴스룸'에서 이명희 이사장이 2014년 5월 인천하얏트호텔 정원 조경공사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삿대질을 하고 폭행을 가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오디오가 지원되지 않는 해당 영상에서 이명희 이사장은 안전모를 착용한 여직원을 집중 공략한다. 삿대질을 하며 고성 및 폭언을 따발총처럼 내뱉다가 뒷걸음질 치며 피하는 여직원을 집요하게 추적해 자기 앞으로 다시 오게 한 뒤 거칠게 팔을 잡아끌고 등짝을 후려치듯 밀어제친다.

 

 

선배 직원인 듯한 남자가 두 팔을 잡으며 제지하자 뒤로 홱 돌아서서는 따귀를 때릴 듯 손을 들어올린다. 그러고는 직원이 들고 있던 도면도 뭉치를 바닥에 내팽개친다. 중간에 각목 자재를 발로 걷어차기도 한다. 욕만으로는 부족한, 욕과 더불어 폭력적 행동이 꼭 수반돼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당시 55세 여성으로 보기엔 놀라운 체력과 집중력, 딱 보는 순간 기골장대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판박이인 점이 인상적이다.

 

사례 둘. 5년 전 자책 리모델링 공사 도중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쏟아내는 음성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녹취 파일에는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아우 거지같은 놈. 이 새끼야. 저 XX놈의 새끼 나가”라는 말이 담겨 있다. 전반부는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담당부문 전무가 자주 구사하던 폭언이다. 엄마한테 어렸을 때부터 잘 배운 셈이다. 뒷부분까지 구사하기엔 아직 엄마에 비해 수치심이라는 게 약간은 남아있고, 연륜이 부족해서일 뿐이다.

또한 제보자에 따르면 인부의 무릎을 꿇리고 갑자기 따귀를 때리려 했는데 직원이 고개를 뒤로 돌려 피했더니 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걷어찼다고 증언했다. ‘이 새끼’ ‘XX놈의 새끼’란 표현은 소위 ‘쌍욕’으로 분류되는 욕설이다. 요즘은 웬만한 남성들조차 기피하는 욕이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하는 여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 그냥 튀어나오는 ‘일상적인 언어’일 따름이다. 이쯤 되면 ‘쌍욕의 여제’다.

 

 

사례 셋. 4년 전 인천하얏트호텔 2층 정원. 이곳은 이명희씨가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례 1의 사달이 벌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한 직원이 화단에 들어가 있는 여성을 향해 “할머니 여기 함주로 오시는 데 아니에요. 나오세요”라고 말했다고 그 날로 해고됐다. 물론 폭언과 욕설세례를 당했다.

 

사례 넷. ‘먹방요정’ 이영자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미식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어느날 빈번하게 찾곤 하던 인천공항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에서 준비해둔 음식이 식었다면서 접시를 집어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명희씨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조리사는 “자괴감을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또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설렁탕이 입맛에 맞지 않자 “어떤 개XX가 설렁탕에 물 탔느냐”고 큰 소리로 꾸중을 쳤다는 주장도 있다.

 

사례 다섯. 그녀가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페이버릿 스팟 가운데 한 곳이 인천하얏트호텔이다. 특히 구관, 체련장이 있는 쪽 에스컬레이터 앞 로비다. 한 날은 이명희씨가 2층에 파일을 가지고 있었고, 예순 안팎의 나이 든 호텔 간부는 로비에 서 있었다. 이씨는 그 간부를 보면서 '야 이 개XX야' 하면서 파일을 던졌다. 다른 관계자들은 이씨가 뜨거운 뚝배기나 커다란 화병까지 집어던져서 아슬아슬하게 피한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사례 여섯. 앞서 한 매체는 이명희 이사장이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던 도중 대한항공 직원에게 "당장 김밥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김밥을 대령, 순발력과 충성도를 인정받아 출세가도를 달렸다고 한다. 일명 ‘김밥셔틀’ 사건이다. 이명희 이사장의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시절 교통부 차관을 지낸 이재철씨다. 어려서부터 갑질을 체화하며 살아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리 자연스러우니.

 

사례 일곱. 이명희 이사장의 수행기사였던 40대 A씨가 2011년 경험담을 언론에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출근한 첫날, 이명희씨가 집사 B씨를 향해 조금만 늦어도 바로 ‘죽을래 개XX야’ ‘XX놈아 빨리 안 뛰어 와’ 등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A씨가 집안일을 도울 때도 ‘이것밖에 못해 개XX야’라는 폭언을 들었다. 특히 집 앞마당에 있는 화단에서 일할 때 예민한 반응을 보여 항상 욕을 들어야만 했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오전부터 대한항공 임직원 5~6명이 줄줄이 호출돼 거실에 일렬로 서자 이씨의 욕설이 시작됐고, 50대 직원에게 ‘이따위로 일할 거냐’며 욕설과 폭언을 한 뒤 물건을 집어던져 집 안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도 들렸을 때다.

 

사례 여덟. 인천하얏트호텔 로비에 있는 장식품들은 이명희 이사장이 평소 애지중지하는 것들이다. 어느날 한 외국인 꼬마가 소파 위에서 뛰놀다 쿠션을 내동댕이 쳐놓고 사라진 직후 이명희씨가 나타났다. 이걸 보더니만 안색이 돌변, 손님들도 많은데 '지배인 나오라'고 소리를 친 뒤 지배인이 나타나자 갑자기 뺨을 3대 연속으로 때렸다. 봉변을 당한 지배인은 죄송하다고 거듭 조아렸음에도 분을 삭히지 못한 채 욕설과 고성을 이어갔다. 일명 '3연속 따귀' 사건이다.

 

사진= 연합뉴스, JTBC SBS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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