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로 새로운 세대의 포문을 연 ‘스타워즈’가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감독 론 하워드/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이하 ‘한 솔로’)로 관객의 곁을 찾아왔다.
 

관객입장에서 스핀오픈 영화를 관람할 때 가장 큰 걱정은 “전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이해가 가능하냐”는 지점이다. 우선 대답은 “YES”다. 이번 영화의 경우 ‘스타워즈’의 맥락보다 캐릭터 중심의 서사가 전개돼 오락적인 SF영화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한 솔로는 지난 반 세기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끈 핵심 캐릭터 중 하나다. 미국 영화 연구소(AFI)의 ‘100년 시리즈 히어로&빌런’에서 14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그의 역할이 ‘스타워즈’에서 얼마나 임팩트 있게 다뤄져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기존 ‘스타워즈’ 팬들에게 해리슨 포드의 한 솔로가 그리울 수도 있지만 그보다 젊고, 날렵하고, 스피드 넘치는 엘든 이렌리치가 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제공한다.
 

(사진=위 '스타워즈 4:새로운 희망', 아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신기술과 파워를 가진 막강 히어로들의 총체라면 ‘한 솔로’는 은하계 탕아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다. 멋진 슈트 대신 우주의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가죽자켓을 입고, 절대적인 힘 대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우주판 서부극’에 가깝다. 우주라는 배경을 전제로 하지만 용기와 진정성에 기대는 투박함이 여전히 곳곳에 반짝이고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 팬들에게 ‘한 솔로’는 반가운 캐릭터들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츄바카는 물론이고 한 솔로의 분신같은 밀레니엄 팔콘, ‘스타워즈 5: 제국의 역습’에서 다스베이더에게 한 솔로를 팔아 넘긴 랜도마저 반갑게 느껴진다. 레아공주가 아닌 키라(에밀리아 클라크 분)를 사랑하는 한 솔로에게 한 편으로 섭섭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타워즈’가 제다이인 루크의 탄생과 성장을 그려온 반면 한 솔로에 대한 정보가 부재 했던 지점을 보완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스타워즈’에서 절대악인 다크 사이드를 대체할 인물로는 무정부주의자 드레이덴(폴 베네티 분)이 등장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크 사이드보다 구체적이고 예측가능한 인물이지만 그 뚜렷한 실체가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한 솔로에게 자유의 빗장을 열어주는 스승 베킷(우디 해럴슨 분) 연기 역시 눈여겨볼 지점이다. 액션이나 비주얼에 치중해 캐릭터 표현을 놓치는 여느 SF들과 달리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 역시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한 솔로’는 칸 국제영화제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이례적으로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론 하워드 감독이 SF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스타워즈’ 시리즈 걸작에 유머와 액션을 입혀 내놓은 수작을 관람한다면 칸의 선택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1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한 감 없이 스펙터클한 우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 솔로’ 이후 ‘스타워즈9’ 개봉까지 또 기다림의 시간을 시작할 팬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5월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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