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를 통해 데뷔 5년차 ‘새내기’ 배우로 만났던 정지훈(비)과 이동건이 15년 만에 ‘스케치’로 재회했다. 패기 넘치던 20대 청년들이 눈빛으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한 배우가 된 것. 데뷔 년도, 두 살 터울의 나이, 그리고 지난해 결혼 손꼽히는 미녀 배우들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점까지. 묘한 평행 이루는 두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잃을 게 없는’ 극단에 선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드라마 ‘스케치’(연출 임태우/극본 강현성/제작 네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는 72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 스케치 속 단서를 추적해 운명을 바꾸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숱한 작품에 출연해온 정지훈과 이동건에게도 색다른 도전인 셈.

임태우 PD는 극중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황당하거나 설득력 없이 다가갈 수 있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이 설정을 가지고 얼마나 진실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연출자로서의 의견을 밝혔다. 나아가 독특한 설정에서 이야기가 출발하는 건 분명하지만 관계의 진실성으로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보는 힘을 미스터리한 남자 장태준 역을 맡은 정진영 역시 이런 걱정이 기우임을 설명했다. 정진영은 대본을 받고 1회차에 자신의 캐릭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게 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청자 분들이 보실 때 다시보기를 많이 할 거 같은 작품”이라며 개연성 있는 전개를 위한 촘촘한 복선들이 깔려 있음을 전했다.

‘귀공자’ 같은 미모로 주로 드라마나 멜로 장르에서 연기해왔던 이동건에게 고강도 액션 연기는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했다. 이동건은 “현실에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눈빛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제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 그리고 이 역할이 만나 새롭고 상경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말했다. 아울러 “저한테도 도전이다. 저의 생각과 감독님이 주시는 연출에 따라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겸손한 본인의 말과 달리 선배 배우 장진영이 보는 이동건은 특전사 중사 김도진에 딱 떨어지는 인물이엇다. 장진영은 “이동건 안에 저렇게 단단한 몸이 있을 줄 몰랐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정지훈은 당초 이동건의 배역인 김도진 역을 하고 싶었다며 “(감독님이) 이미 주인이 있다더라”고 귀띔했다.
 

정지훈은 이번 작품에 고강도 액션이 많아 출연을 망설였다는 점을 털어놨다. 하지만 대본을 보고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고. 그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면서도 “제가 15년 전에 운이 좋게 첫 드라마에서 동건이형이랑 같이 연기를 하게 됐다. 그리고 또 운이 좋게 15년이 지나 두 사람이 각자 가정을 이루고 난 후에 첫 작품을 하게 됐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동건 역시 “대본을 보자마자 ‘탐난다, 하고싶다’ 느낌을 받았던 작품에서 정지훈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 기쁘다”라며 “촬영장에서 수다를 많이 떨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막내이자 홍일점으로 자리를 함께한 이선빈은 “대선배님들과 드라마를 만들고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어서 영광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대선배인 이동건과 정지훈의 배려, 그리고 임태우 PD의 디렉션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연이어 장르물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말에는 “장르물을 연속으로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작품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데 집중하고, 또 그만큼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작이 국민 남동생 정해인을 탄생시키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부담감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태우 PD는 “부담감이 당연히 있다”면서도 “‘예쁜 누나’ 시청자층과 우리 작품 시청자층이 같다고 생각한다. 여성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이미 JTBC에서 ‘유나의 거리’로 한 차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임태우 PD, 그리고 ‘별순검 시즌3’ ‘신분을 숨겨라’로 독특한 필력과 시청자들을 흡수하는 이야기를 선보인 강현성 작가의 만남이 눈길을 끄는 드라마 ‘스케치’는 오는 25일 밤 11시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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