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어 라이선스 개막 10주년을 맞아 8일부터 8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10주년의 에스메랄다가 된 주인공은 뮤지컬계의 디바 차지연(36)이다.

지난달 서울 혜화역 부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 달리 친근하고 시원시원한 입담을 뽐냈다. 털털하다는 말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배우 차지연의 매력이 물씬 넘치는 시간이었다.

 

 

Q. 10년 전에도 에스메랄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그땐 떨어졌다.

A. "지금이라도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더 젊었을 때 했으면 잘 뛰어다니고 푸릇푸릇했을 텐데 그게 너무 아쉽다. 2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분장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때였으면 더 생동감 넘치는 에스메랄다가 나왔을 거다. 하지만 지금처럼 생각의 방향이 넓진 않았을 것도 같다. 그래서 지금 만났나 보다. 10년 전에 했다면 에스메랄다가 계속 슬프기만 했을 거다."

 

Q. 커리어와 명성이 대단한 뮤지컬 배우다. 노력이 남다를 것 같다.

A.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다 잘하신다. 나는 내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불만이다. 못 들어 주겠다.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나는 내 노래나 사진 모니터를 아예 안 한다.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데, 결과물을 보면 아니다. 그게 깨지는 순간이 두렵다."

 

Q. 겸손이 지나치다. 완벽주의자인가? 아니면 자신감이 부족한 건가.

A. "자신을 못 믿는다. 회사에서 오래 함께 한 식구들은 내가 이런 성격이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때 묻은 느낌이 덜 나는 게 아니겠냐고 말씀하시더라. 다들 괜찮다고 해도 나는 위로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하라고 한다. 우리 남편도 적당히 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노래도 모르겠다. 계속 이렇게 해도 될지 고민이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색깔이 있고 힘없이 부른다. 자연스럽고 스타일리시하다. 나는 그런 게 좋다. 그런데 내 노래를 들으면 너무 올드하고 촌스러운 것 같다."

 

 

Q. '드림걸즈'와 '서편제', '마타하리', '광화문 연가' 등 스펙트럼이 넓다.

A. "될 수 있으면 작품을 전작과 다른 색깔로 선택하는 편이다. 여배우는 역할이 다양하기 힘들다. 이걸 깨뜨려서 스펙트럼을 넓히고픈 욕심이 크다. 시상식 때도 남자분들이 하는 역을 욕심내서 불러보기도 했다. 욕을 먹더라도, 길을 개척해서 나아가는 사람이 있어야 뒤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신인 배우들이 그 길을 좀 더 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도전하는 건 좋아하지만 스트레스는 받는다. 선택해 놓고 덜덜 떤다."

 

Q. 차지연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 캐스팅됐다고 하니까 클로팽 역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

A. "그 역할이 너무 탐나더라. 연출님도 '넌 클로팽 했어야 돼'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여자라서 아쉽다. 다들 내가 남자역 하는 거 아니냐고 기대하시더라. 그런 거 좋아한다. 불사르는, 불을 뿜는. 그런데 여배우들이 용기를 쉽게 낼 수 없다. 나도 말만 하고 싶다고 하지, 함부로 생각하면 혼난다. 농담처럼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건 아니다. 가능하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남자 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

 

Q. 아이가 17개월이라고 들었다. 오늘도 육아하느라 밥도 못 먹고 일정을 소화 중이다.

A. "아이를 낳고 안정과 웃음을 많이 찾았다. 삶에 대한 희망을 느낀다. 그런데 남에게 아이를 꼭 낳으라고는 못 하겠다. 환경이 너무 힘들다. 낳으면 너무 좋은데, 나도 감당이 안 돼서 둘째를 못 낳고 있다. 너무 바쁘니까, 아이한텐 항상 미안하다. 베이비시터 하는 분이 있지만 상주는 아니다. 사실 지금 무리 중이다. 몸이 그 어느 때보다 망가져 있다. 어제도 병원에 갔는데 많이 안 좋더라. 거의 종합병원이다."

 

 

Q. 아이가 생기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겠다.

A. "예전엔 스페인으로 가서 집시가 돼 플라멩코를 추고 늙어 죽으려고 했다. 플라멩코 슈즈도 사 놨었다. 집안 환경도 그렇고, 한국이 좋지 않았다.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드림걸즈 오디션이 된 거다.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이젠 아이가 생겼다. 플라멩코 슈즈는 버린 지 오래다. 이제 인생 목표는 하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로 자라게 하지 않겠다는 것. 얘한테는 다 주고 싶다.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 무대도 지금 무대만으로도 벅차다."

 

Q.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매번 바쁘게 작품 활동을 한다.

A. "타이밍이 작품을 계속하는 모양새가 됐다. 원래는 '서편제' 끝나고 쉬려고 했다. 나도 휴식을 원했고, 아이와 함께 있어 주고도 싶었다. 그리웠다. 그런데 '광화문 연가'를 꼭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 너무 힘들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원래 계획에 없었다."

 

Q. 쉬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나?

A. "현실적으로 아이 엄마에, 서른일곱이다. 다시 돌아올 땐 '노트르담 드 파리'를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절대 작품 욕심 없다. 작품은 만나지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충실할 뿐이다. 대극장이나 소극장만 선호한다? 아니다. 다 너무 좋아한다. 끝나고 보면 이 시기에 이 작품을 왜 해야했는지를 알게 되더라. '노트르담 드 파리'도 끝나고 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하다."

 

 

Q. 매 무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A. "그렇게 임하고 싶다. 배우 생활 12년이다. 계속 연구하고 스스로 괴롭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그 배우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영혼 없는 배우가 되는 거다. 관객이 바보가 아니다.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지금 잃고 싶지 않은 게 그거다. 감사함."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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