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방극장에는 삶의 희로애락, 청춘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방송 3사뿐만 아니라 종편, 케이블채널이 가세하면서 과거와 달리 작품 편수는 한껏 늘어났다. 드라마의 간판인 남녀주인공 자리도 많아져 여배우들의 기회 역시 확장된 셈이다. 남주(남자주인공)는 다음 기회에 다루고, 현재 시청자들과 눈 맞추고 있는 여주들은 과연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제 역할을 해내고 있을까. '과잉 속 기근'이란 말이 떠오른다.

 

★ 고아라 ‘미스 함무라비’
 

(사진=JTBC '미스함무라비')

JTBC 월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이 시대 사법부와 법복의 의미를 묻는 법정극이다. 시의성과 감동, 원작의 탄탄함으로 인해 초반부터 화제성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44부 초임판사 박차오름을 맡은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 이후 명성을 되찾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쉬움도 커진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열혈판사 박차오름의 밝은 에너지와 당찬 모습을 찰떡처럼 소화해냈으나 유년기 시절 겪은 성추행 트라우마, 비운의 가정사, 남주 임바른(김명수) 판사와의 아련한 로맨스를 부각시키는 지점에서 덜거덕거린다.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활짝 웃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눈에 힘을 준채 일자로 입을 꾹 다문 3가지 표정으로 돌려막는 것 역시 15년차 연기자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최근 4회 연속 전국과 수도권 시청률이 하락, 3일 13회에선 전국 시청률 3.4%, 수도권 3.7%(TNMS 집계)를 기록했다.

 

★ 이성경 ‘어바웃 타임’
 

(사진=tvN '어바웃타임')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이성경은 수명시계를 보는 능력을 지닌 뮤지컬배우 지망생 최미카엘로 등장해 불안장애를 지닌 재벌2세 이도하(이상윤)와 운명적인 인연과 사랑을 구축해간다.

이성경은 2016년 ‘치즈 인 더 트랩’에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델 출신답게 우월한 체격조건, 통통 튀는 매럭과 끼를 소유한 그는 연기도 곧잘 해 ‘닥터스’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연이어 주인공을 꿰찼다.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 ‘어바웃 타임’이다. 멜로·로맨스 장르에서 집중점은 남녀배우다. 긴밀한 호흡이 성패를 가른다. 그런데 상대부터 만만치 않은 허들이다. 무게감 있는 멜로를 주로 해온 이상윤과 거의 끔찍할(?) 정도인 부조화, 시한부 인생으로서 절절한 감성 연기를 소화하기엔 부족한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3일 시청률은 불과 1.5%(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쳤다.

 

★ 황정음 ‘훈남정음’
 

(사진=SBS '훈남정음')

SBS 수목드라마 ‘훈남정음’은 사랑을 거부하는 비연애주의자 강훈남(남궁민)과 팍팍한 현실에 연애포기자가 된 유정음이 연애불능 회원들의 솔로 탈출을 도와주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황정음은 오연서 서현진과 함께 걸그룹 출신에서 배우로 성공한 대표 주자다. 억척스러운 노력과 근성으로 ‘골든타임’ ‘돈의 화신’ ‘끝없는 사랑’ ‘킬미, 힐미’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 이미지를 견고히 했다. 통통 튀는 에너자이저 캐릭터를 뛰어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까지 매끄럽게 소화해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임을 입증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깊고 무거워진 그의 깃털 같은 로코 선택은 슬기로웠을까. 유정음과 황정음은 같은 이름임에도 이질적이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인의 깊은 내면을 쓸어담은 ‘비밀’과 같은 드라마였다면 성숙해진 그의 진가가 돋보였을 텐데. 지난달 28일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집계 4.4%다.

 

★ 진기주 ‘이리와 안아줘’
 

(사진=MBC '이리와 안아줘')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는 한 살이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드라마다. 한재이(진기주 분)는 자신의 부모님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윤희재(허준호 분)의 아들 채도진(장기용 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려 나간다.

진기주는 올해초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를 통해 김남주의 후배이자 연적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단번에 지상파 주연작을 꿰찬 진기주는 2018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보게 됐다. 원수의 아들을 사랑한다는 설정을 캐릭터가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진기주의 감정연기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미스티’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있다. 그러나 경직되어 있던 극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에 녹아들고 있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9일 방송 기준 '이리와 안아줘'는 1부 2.6%, 2부 4.5%의 전국 시청률을 나타냈다.(닐슨코리아)

 

★ 공승연 ‘너도 인간이니’

(사진=KBS 2TV '너도 인간이니')

KBS 2TV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로봇 남신3(서강준 분)와 열혈 경호원 강소봉(공승연 분)이 펼치는 대국민 인간사칭 프로젝트를 그린다.

공승연은 2015년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씨엔블루의 멤버 이종현과 가상결혼 생활을 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이보다 앞서 JTBC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드러난 두각이 예능을 통해 인지도 상승으로 연결된 셈. 이후 2016년 ‘마스터-국수의 신’을 통해 주연에 등극하며 ‘내성적인 보스’, ‘써클’ 등에 출연했다. ‘너도 인간이니’는 비주얼 배우 서강준의 출연으로 일찍이 기대를 모은 화제작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기다려온 작품인만큼 실망이 크다는 평도 적지 않다.

여기엔 공승연의 연기력에 대한 원성도 섞여 있다. 공승연은 지금까지 총 9편(웹드라마 포함)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하지만 웹툰 원작이라는 의식 때문인지 캐릭터에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설득력 부족한 캐릭터가 밉상으로 낙인 찍히며 공승연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결국 '검법남녀'에 순위를 내어준 '너도 인간이니'는 연속 방영에도 불구하고 3일 4.8%와 5.9%, 4.8%와 4.2%로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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