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2011년 방용국의 ‘I Remember’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해 이듬해 KBS 2TV ‘드림하이2’로 얼굴을 알렸다. ‘드림하이2’ 자체는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박서준에게 이 작품은 사실상 출세작이 됐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로코’에 특출난 스타로 자리매김한 건 2014년 엄정화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마녀의 연애’ 부터였다. 데뷔 2년차에 맡은 큰 타이틀롤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건만 박서준은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연기와 타고난 캐릭터 분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진=KBS 2TV '드림하이2')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당시 ‘로코퀸’으로 손꼽히던 황정음, ‘믿보배’ 지성이 출연한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주연을 꿰찬 것. 서브남주였던 박서준은 차기작인 ‘그녀는 예뻤다’에서 ‘남주’로 급부상했다. 황정음과 연달아 두 작품을 같이 했음에도 전작품의 전철을 밟거나 그림자를 남겼다는 평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예뻤다’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 덩달아 박서준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박형식, 고아라와 함께 캐스팅되며 ‘비주얼 드라마’라는 기대를 모았던 ‘화랑’은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지만 박서준의 대세 행보는 계속됐다. KBS 2TV ‘쌈, 마이웨이’에서 인생캐 고동만을 만나며 청춘을 대변하는 스타의 이미지까지 덤으로 얹어졌다. 이어 강하늘과 출연한 영화 ‘청년경찰’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스크린과 안방극장 모두에서 장악력을 과시했다.
 

안티가 없을 정도로 박서준은 호감도가 높은 스타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출연에서는 윤여정, 이서진을 보필하며 깍듯한 인성까지 보여줬다. 여기에 정유미와는 친남매같은 케미로 작품 이면에 숨겨져 있던 ‘인간’ 박서준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쌈, 마이웨이’로부터 거진 1년이 되던 지난달 박서준이 tvN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돌아왔다. 웹툰 원작이 워낙 사랑받았던 데다,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으로 티저 공개부터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김비서, 즉 김미소(박민영 분)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다. 그러나 ‘퇴사밀당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는만큼 남자 주인공의 비중 역시 이에 못지 않다. 박서준은 이번 작품에서 로코 배우의 기조를 이어갔다. 박서준의 탁월한 표현력과 재치있는 표정이 드라마의 만화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사진=(위에서부터) MBC '그녀는 예뻤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하지만 배우 박서준의 필모를 놓고 봤을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분명 박서준이 ‘잘 하는’ 장르의 드라마다. 그렇지만 ‘그녀가 예뻤다’의 지성준의 잔상이 느껴진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표현하는 지점의 한계가 느껴진다. 처음 박서준이 등장했을 때 느껴지던 신선함은 사라지고, 안정적인 연기력만 남았다.

물론 박서준의 입장에서 팬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외면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새로운 것만 추구한다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도 무리수다. 하지만 2~3년간 동일선상의 배역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박서준은 잘 생긴 스타로 남기에는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다. ‘드림하이2’에서 보여준 것처럼 춤과 노래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만능 엔터테이너의 소질도 다분하다.

관계자들은 박서준의 호감형 이미지, 그리고 ‘멋짐’과 ‘코미디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는 흔치 않은 배우라는 점을 들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무뎌진 그의 캐릭터가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박서준이라는 브랜드는 다양한 매력으로 점철돼 있고, 지금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대세 연예인이다. 다만 배우 박서준을 좀 더 오래 보고싶은 입장에서 앞선 행보와는 또 다른 톤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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