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 더비’, ‘군메달 피하기’, ‘손흥민 일병 구하기’…전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를 둘러싼 화제거리다. 

이 많은 관심 속에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29일 오후 6시(한국시각)서로 양보할 수 없는 준결승전을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우위라고 판단되고 있지만, 사실 뚜껑을 열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우즈벡과의 연장 혈투를 치르고 겨우 하루 쉰 한국 선수들은 부담감을 덜어내고 실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특히 몸 컨디션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다양한 이유로 비난을 받으며 ‘밉상’ 낙인이 찍힌 선수들은 상처를 추스리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각오를 해야 하며, 반대로 완벽한 플레이로 찬사를 받은 ‘믿보(믿고 보는)’ 선수라 해도 한 번의 실수로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 미션을 베트남전에서 수행해야 하는 ‘밉상’과 ‘믿보’ 선수들을 각 3인씩 다뤄본다.

 

★'밉상' 된 황희찬, 귀 닫고 발은 빠르게

 

우즈벡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은 뒤 상의를 탈의한 황희찬.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치르며 다양한 이유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선수로 황희찬이 있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에서 1대2로 패한 뒤 상대팀과 악수를 하지 않고 곧바로 나가는 모습으로 1차 ‘비매너’ 지적을 받은 황희찬은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네이마르(브라질)의 개인기 ‘사포’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모습으로 ‘겉멋’ 논란에 휩싸였다.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는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켰음에도, 규정상 금지돼 있는 상의탈의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 ‘밉상’이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황희찬 본인도 이를 모를 리 없고, 주장 손흥민 역시 “황희찬의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이를 에둘러 언급했다.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비난에는 귀를 닫아야겠지만, 베트남전에서는 이름값 있는 공격수답게 실력으로 논란을 돌파할 필요가 있다. 

 

★이승모, 베트남전에선 잊어야 할 ‘눈물의 실수’

 

훈련 중인 이승모. 사진=연합뉴스

이승모는 연장 혈투 끝에 승리한 우즈벡과의 8강전 이후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선수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형편없다는 지적이 속출했는데, 그 중심에 이승모가 있었다. 2-2 동점 상황에서 이승모가 공을 빼앗긴 것이 우즈벡의 역전에 실마리를 제공했고, 결국 황현수의 몸에 볼이 맞고 자책골이 나오게 됐다.

자책골 주인공이 된 황현수도 비난받았지만, 원인 제공자라고 볼 수 있는 이승모가 더 ‘밉상’으로 각인됐다. 스무살밖에 안 된 선수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그는 경기를 마치고 펑펑 울었다. 그러나 이승모를 겨냥해 분풀이만 할 때는 아니다. 당장 중원에 배치되던 장윤호가 부상으로 베트남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할 이승모가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역할을 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송범근, 조현우와의 비교 지우고…’철벽’으로

 

우즈벡전에서 위기에 몰려 있는 송범근.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통해 ‘송붐(차범근 감독의 별명 ‘차붐’을 본뜬 별명)’이라고 불리고 있는 송범근 역시 ‘밉상 골키퍼’로 낙인찍혔다. K-리그 1위 전북 현대의 주전 골키퍼로 화려하게 발탁된 송범근이었지만, 월드컵 스타 조현우에 비해 부진한 모습으로 비난받았다. 돌발행동 등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실력’ 때문에 비판받는 점이 뼈아프다.

‘반둥 쇼크’ 말레이시아전 때의 2실점, 이란전에서 다친 조현우가 뛰지 못한 우즈벡전에서 3실점 등 숫자로 조현우와의 실력차가 증명된다. 조현우는 6대0 대승을 거둔 바레인전 및 2대0으로 승리한 이란전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조현우의 베트남전 출전이 당일까지도 불투명한 현 상태에서는 송범근이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고 더 잘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황의조, 인맥축구 논란 날린 ‘가성비 최고 공격수’

 

베트남전 전날인 28일 몸풀기 훈련 중인 황의조. 사진=연합뉴스

‘밉상’에서 ‘믿보’로 화려하게 거듭난 주역으로는 황의조를 빼놓을 수 없다. 와일드카드 발탁 때부터 김학범 감독의 성남 시절 제자라는 이유로 집중포화를 당해야 했던 황의조는 골 수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에이스인 손흥민이 수비진을 따돌리면 황의조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완벽한 슈팅으로 득점하는 방식으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두 차례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총 8골을 넣는 활약은 ‘밉상’ 논란을 완전히 걷어내고 그에게 ‘가성비 최고 공격수’라는 평가를 붙였다 논란의 과정에서 황의조는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고 이것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 역시 매우 바람직하다. 

 

★’갓현우’, ‘빛현우’, ‘대헤아’ 믿고 보는 조현우

 

이란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는 조현우. 사진=연합뉴스

조별리그 이란전에서 당한 반월상 연골판 부상으로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뛰지 못한 조현우에 대해서는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찬사만이 이어졌다. 비판이 나올 수 없는 완벽한 수비를 선보이며 출전한 경기는 모두 무실점으로 끝냈다. 문제는 부상이다. 베트남과의 준결승이 당일로 다가왔음에도, 조현우의 출전 여부에 대해 김학범 감독은 “경기 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전은 결승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이지만, 조현우의 회복이 덜 됐다면 결승전을 염두에 둘 때 섣불리 출전시킬 수 없다. “승부차기까지 가도 조현우라면 믿을 수 있다”는 축구 팬들은 ‘갓현우’, ‘빛현우’, ‘대헤아’를 외치며 조현우의 회복만을 기대하고 있다. 

 

★’이란전의 쐐기골’ 이승우, 베트남전 히든카드?

 

이란전에서 쐐기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이승우.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가 진행되며 선보인 활약으로 찬사를 받으며 ‘믿보’ 선수로 떠오른 사례 중 이승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는 23일 이란과의 16강전에서 후반 10분 쐐기골을 넣으며 2대0 승리를 굳혔다. 키가 173cm에 불과한 스무 살 이승우는 작은 체구에 체력도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2경기만을 뛰었고, 그것도 풀타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란전에서의 몸놀림으로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대의 수비라인까지 끈질기게 달려나가 공을 잡았고, 현란한 돌파와 강력한 슈팅으로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이승우는 우즈벡전에서도 조커로 투입되며 풀타임을 뛰지 않았다. 때문에 이승우는 대부분 로테이션 없이 매 경기 풀타임으로 뛰고 있는 주전 선수들 속에서 베트남전 활약이 기대되는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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