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대회 2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이승우, 황희찬의 연속골이 터진 호쾌한 승리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이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2-1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4-3-3 포메이션으로 일본을 압박할 예정이다. 한국은 득점 선두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해외파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공격 삼각편대로 내세웠다. 황인범(아산)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김정민(리퍼링)-이진현(포항)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진야(인천)-김민재(전북)-조유민(수원FC)-김문환(부산)이 수비진을, 골문은 조현우(대구)가 지켰다.

경기 초반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 전’에 어울리는 투지를 보여줬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이 좌우를 찌르며 일본 수비를 괴롭혔고, 일본은 이를 막고 역습을 노렸다. 앞서 토너먼트에서 연장을 경험했던 한국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은 한 걸음 더 뛰었지만 경기 내 분위기는 한국이 시종일관 붙들었다.

한국은 전반 6분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손흥민이 중간을 드리블하며 일본 수비를 몰아왔고, 쇄도하던 황인범에게 연결, 황인범이 노마크 상태인 황의조에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지만 황의조의 다리 1cm가 짧았다. 공은 골라인 아웃됐다. 비록 골은 실패했지만 기세를 끌고 왔다. 한국은 전반 9분 이진현의 중거리 슛, 10분 오프사이드가 됐지만 황의조에게 찔러준 김정민의 스루패스도 날카로웠다.

일본의 수비도 만만치 않았다.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전반 14분 골문 앞 손흥민을 막아내는 태클과 전반 16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방어해내는 육탄방어가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한국은 꾸준히 공격 진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반 22분 손흥민이 우리 진영에서 넘어온 골을 가볍게 로빙 스루패스로 페널티 에어리어를 달리던 황의조에게 연결, 황의조가 두 번 접은 후 슈팅을 날렸지만 좋지 않은 경기장 상태로 미끌어지며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일본의 역습도 날카로웠다. 전반 27분 일본이 수비 이후 롱패스로 우리 진영으로 찔러줬고, 주장 미요시 코지가 페널티 지역 우측에서 날카롭게 왼발 슛을 날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엔 ‘빛’ 조현우가 버티고 있었다. 조현우는 코지의 슈팅을 막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위기 후 바로 또 기회가 왔다. 전반 30분 황인범과 김진야가 상대 좌측면을 공략하던 준 황인범이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이게 상대 수비에 막혔다. 이후 양국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전반 37분 손흥민-황인범-황의조가 패스 플레이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황인범의 패스가 다소 몸 쪽으로 뜨면서 황의조가 정확한 슛을 하지 못했고 아쉽게 골라인 아웃됐다. 이어 39분엔 김진야가 페널리 라인 왼쪽에서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날카롭게 크로스를 올렸지만 조금 높게 뜨고 말았다.

전반 45분 내내 한국은 일본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엔 실패하며 0-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골 결정력이 아쉬웠지만 좋은 몸놀림을 보이며 후반 다득점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잠깐의 휴식 후 시작된 후반에서 한국은 계속 강력한 훅을 날렸다. 후반 1분 손흥민, 3분 황의조가 오프사이드 아쉽게 걸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오프사이드 트랩과 육탄방어로 한국의 슈팅을 막았다. 슈팅이 나오지 않으니 당연히 골도 터지지 않았다. 후반 9분 수비수 김민재가 빠른 역습으로 공을 몰고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손흥민에게 연결했지만 수비수 몸을 맞고 아쉽게 아웃됐다.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자 김학범 감독은 후반 11분 김정민을 빼고 이승우를 투입했다. 재빠른 몸놀림의 이승우를 활용해 밀집된 일본 수비를 뚫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수비 가담이 좋은 김정민이 빠지자 일본의 공격 창이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다. 측면 공격이 살아나고, 주장 미요시의 개인기가 펼쳐지면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한국은 한방이 있었다. 후반 18분, 김민재가 전방으로 찔러줬고, 황희찬이 재치있게 중앙의 황의조에게 패스를 줬지만 아쉬운 볼 컨트롤로 골대에서 빗나갔다. 이 움직임 하나로 한국은 다시 주도권을 찾아왔다. 이진현과 황인범이 허리를 탄탄히 받쳤고, 이승우-손흥민-황의조-황희찬이 전방을 거세게 압박했다. 후반 30분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이승우의 헤딩도 좋은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양팀은 서로 한 합씩 주고 받으며 장군멍군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골은 터지지 않았다. 마지막 한 방의 결정력이 부족했다. 일본은 후반 41분 문전에서 크로스를 받은 미드필더 이와사키 유토가 좋은 기회를 맞았으나 이번엔 한국 수비들의 육탄방어로 실점을 막았다.

후반 43분엔 미드필더 이진현과 장윤호가 교체됐다. 연장을 염두에 둔 교체로 보인다. 문전 움직임이 좋은 장윤호로 일발 역전을 노린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골을 넣고 경기를 마무리하기엔 시간이 짧았다. 결국 0-0으로 후반까지 마쳤다.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져 금메달 결정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연장 시작과 동시에 멋지고 아쉬운 장면이 연출됐다. 상대의 패스 미스를 스틸한 손흥민이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벗기고 슈팅까지 날려봤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한뼘차이로 벗어나 탄식을 자아냈다. 1분 뒤인 연장전반 1분에도 황희찬이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받아 슛을 날렸지만 수비에 막혔다.

 

좋은 기세는 연장전반 3분 터졌다. 김민재가 찔러준 공을 손흥민이 수비를 벗겨내는 드리블을 쳤고, 잠시 빠진 공을 이승우가 왼발로 강하게 때려 넣었다. 상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멋진 원더골이었다. 이승우의 이번 대회 4번째 골. 93분간 지루했던 공방을 끝내는 최고의 골이었다.

연장 전반 10분 ‘황소’ 황희찬이 경기의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터뜨렸다. 왼쪽 라인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날카롭게 크로싱했고, 골문 오른쪽에 대기하고 있던 황희찬이 멋지게 날아올라 헤딩, 골문 구석에 빨려 들어가는 명품 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세 번째골. 전후반 90분 내내 답답했던 공격이 연장에 터지며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 ‘밉상’으로 찍히며 많은 비난을 받았던 황희찬이 중요한 순간 골을 만들며 순식간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또한 이날 손흥민은 두 골 모두 어시스트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과시했다.

이후 여유가 생긴 대표팀은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 연장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우에다 아야세가 방향을 완전히 트는 헤딩으로 대한민국의 골문 오른쪽 아래를 가르며 2-1로 추격했다. 그리고 이어 10분엔 스루패스로 또 한 번 우에다에게 연결돼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조현우와 조유민의 수비를 통해 가까스로 리드를 지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일본도 멋졌지만, 한국의 투지가 더 빛났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끝가지 공격과 수비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2-1로 승부를 마무리 했다. 2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