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대만 드라마라고 하면 아직도 ‘판관 포청천’이나 ‘칠협오의’, ‘황제의 딸’ 같은 시대물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아니면 옛날 옛적 케이블 TV에서 무한 반복해주던 조잡한 세트의 무협 드라마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달라졌고, 중화권 드라마도 산뜻한 현대물이 많다. 게다가 중국어가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가장 배우고 싶은 외국어로 부상하면서 중국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배우고 싶은 외국어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는 일단 시작부터 흥미를 자아내는 최고의 교재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검증된 중화권 콘텐츠는 중국어 공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일단 공부할 생각은 접는다 해도,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국민 드라마,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사진=넷플릭스

 

‘중드’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드라마가 넷플릭스 콘텐츠로 한국 팬들을 찾는다. ‘중국 국민 드라마’로 알려진 ‘치아문단순적소미호’다. 넷플릭스에선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된다. 

2017년작인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명랑하고 발랄한 여고생 천샤오시(선웨, 심월)와 그녀가 19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소꿉친구 장천(후이티엔, 호일천)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하이틴 드라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돌직구 고백이 특기인 천샤오시와 강철같은 수비를 자랑하는 ‘철벽남’ 장천은 전형적인 듯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설렘으로 심장을 저격한다. 

이 작품은 시대물이 많았던 중국 드라마 사이에서 독보적인 현대 청춘물이라는 점에서도 장점을 가진다. 10대 후반의 주인공들을 포함한 동시대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와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시대극과는 또 다른 반짝이는 매력을 자랑한다. 

 

★대만판 “응답하라!”, ‘나의 소녀시대’

 

사진=넷플릭스

 

한국에서도 극장 개봉하며, 대만이 배경임에도 한국 관객들까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나의 소녀시대’도 빼놓을 수 없는 중화권 콘텐츠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로맨스인 ‘나의 소녀시대’는 대만의 스타 왕대륙이 국내에 처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마치 한국에서 모든 시즌이 고루 사랑받은 복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해 더욱 재미를 선사했다. 

‘나의 소녀시대’의 주인공은 ‘유덕화 아내’가 되는 것이 꿈인 평범한 여고생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짱’인 남자 주인공 쉬타이위가 서로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이다. 다소 촌스럽기도 하지만, 오글거림과 설렘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틱한 클리셰는 뻔한 듯하면서도 많은 이들의 연애 세포와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한국 팬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내용과 배경이 선사하는 로맨틱한 복고물의 달달함은 늘 먹어도 맛있는 과자 같은 느낌이다. 앞서 소개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와 함께 감상하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중국과 대만 젊은이들의 생활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묘미도 있다.

 

★사골국처럼 푹 우린 그 얘기, ‘유성화원’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민호를 스타덤에 올린 한국판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방영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화제작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의 원작은 일본의 만화 ‘하나요리당고’이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한국판 역시 논란 속에서도 높은 싱크로율의 캐스팅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뒀다.

푹 우린 사골국처럼 많은 버전이 있는 ‘꽃보다 남자’이지만, 최근 중국에서 2018년판으로 다시 리메이크됐다. 새로운 ‘유성화원’은 현 시대에 맞는 화려한 볼거리와 출연진의 수려한 외모로 승부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잡초처럼 강인한 여주인공 산차이 역할은 앞서 언급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선웨(심월)가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소화해, ‘중국 대세 여배우’임을 증명했다. 원작 일본 만화 및 한국판 드라마와 달리 주인공들은 대학생들로 설정돼 있어,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우여곡절 끝 돌고 도는 사랑, ‘다음 역, 행복’

 

사진=넷플릭스

 

간질간질한 10대 청춘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조금은 파란만장한 ‘어른들의’ 멜로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대만 드라마 ‘다음 역, 행복’이 추천할 만하다. 원제는 ‘하일참행복’으로, 대만에서 2009년에서 2010년에 걸쳐 방영돼 국내 ‘중드’ 마니아들에게도 꽤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물론 주인공들의 대학생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므로 기본적으로 청춘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극중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꽤 많은 일이 벌어진다. 캔디형 여주인공과 재벌 2세 남자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한국의 트렌디 드라마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가 흡입력을 뿜어낸다. 시한부 선고, 세월이 지난 뒤 첫사랑 간의 해후, 싱글맘 여주인공과 귀여운 아역까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극의 재미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남자주인공 우젠하오(오건호)는 한국에서도 방영된 바 있는 대만판 ‘꽃보다 남자’에 F4 중 한 명으로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도 다소 닮은 외모가 눈길을 끈다. 2006년에는 H.O.T 멤버 출신의 강타와 ‘강타 앤 바네스’라는 듀오를 결성해 앨범을 내며 가수로도 활동해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중화권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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