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 제작 디씨드)의 경우엔 좀 다르다. 다른 종류의 논란이다. 영화 내용이 문제 됐다기보단 투자 부분에서 의혹을 받아 지난해 ‘사선에서’(‘출국’ 전 제목)란 제목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던 ‘출국’. 박근혜 정부 당시 지원사업의 특혜로 모태펀드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지원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원작 역시 심상치 않아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출국’은 실존인물 마르크스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1942년~)가 집필한 책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을 모티브로 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오길남 박사 사건’이 이 영화의 베이스다. ‘오길남 사건’은 1980년대 독일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던 남한 유학생 오길남 박사가 북한 공작원 회유에 넘어가 입북한 후 탈출한 사건인데, 영화는 오 박사가 당시 겪은 가족을 잃은 고통과 사투를 스크린에 담았다.
독일 망명 후 월북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의 비극적 이야기에 빠져있던 노규엽 감독이 1970~80년대 아날로그 정서와 부성애를 버무려 스크린에 녹여냈다. 이범수가 실존인물 오길남 박사를 극중 오영민이란 이름으로 연기했다.
실존인물 오길남 박사는 1970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1985년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유럽 거점 북한 공작원에게 회유, 포섭돼 아내 신숙자와 두 딸 혜원, 규원과 함께 입북됐다. 북에서 대남흑색선전 담당 공작원이 됐고 1986년 독일에 공작원으로 파견됐다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탈출했다.
오 박사는 6년 동안이나 북에 있는 아내, 두 딸의 송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1992년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가 자수했다. 아내 신숙자와 두 딸은 북한 15호 수용소에 수용됐고 아직도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싫어해 ‘반한단체’에 가입하면서 북을 동경했고 그 영향으로 박사 논문도 마르크스 경제학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는 오길남 박사와 아내 신숙자의 성만 따와 각각 극중에서 ‘오영민’, ‘신은숙’이라 명명하고 두 딸은 아예 실제 이름 ‘혜원’과 ‘규원’을 그대로 가져와 리얼리티를 더했다.
오길남 박사를 사실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이념이나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한 개인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이념에 휘둘리고 ‘소중한 가족을 어떻게 잃어가는지’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 특히 사랑하는 두 딸이 차례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되면서 겪는 고통과 딸들을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이범수의 부정(父情) 연기가 극을 이끄는 주된 중심축이다. 또 부성애는 관객의 스크린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북의 꾐에 넘어가 월북했던 경제학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가족과 독일로 가는 길에 공항에서 탈출한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만들어낸 ‘출국’. ‘화이트리스트 의혹’이 일었던 것이지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거둬내며 ‘평화 모드’에 접어든 2018년 11월 이 시점에서 ‘출국’이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가 맞든 아니든, 진실이 밝혀지든 밝혀지지 않든 간에, 1980년대 암울한 한반도의 이념에 휘둘렸던 오길남이란 개인에 대한 ‘연민과 부성애’ 하나만으로 극장에 갈 가치는 있는 영화다.
가슴 뜨끈해지는 부정 연기를 선보인 이범수 외에도 영민을 감시하는 안기부 요원 무혁 역 배우 연우진의 액션 및 내면 연기, 독일 내 납북 공작 책임자 김참사로 분한 연기파 박혁권의 악역 연기도 볼 만하다. 박주미, 이현정, 이종혁 등도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러닝타임 105분. 15세 관람가.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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