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 박해수가 9월 25일 개봉한 ‘양자물리학’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무대를 통해 ‘갓해수’로 불렸던 그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거치며 대중의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았다. ‘양자물리학’으로 영화판에 발을 내딘 박해수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양자물리학’은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가 비리로 얽힌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이찬우는 초반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이야기가 거듭할수록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박해수는 그런 이찬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스크린 주연은 처음이라 관객분들에게 ‘양자물리학’이 어떻게 보여질지 긴장돼요. 인터뷰 하는 것도 적응하고 있고요. ‘양자물리학’ 제목부터 스토리까지 궁금해하시는 주변 분들이 많아요. 영화를 보시면 ‘양자물리학’을 온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영화계에서는 인지도있는 배우가 아님에도 저를 주연으로 캐스팅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시나리오의 힘도 분명히 있었고요. 영화 속 이찬우의 대사처럼 ‘분명한 파동이 있었다’고 봐요.”

“이찬우는 시나리오에서부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캐릭터였죠. 초반부터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의 모습에 무한한 힘을 느꼈어요. 제가 맡았던 이전의 캐릭터들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죠.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이성태 감독님, 배우분들과 만나며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점차 이찬우가 다각면 있는 캐릭터로 완성되더라고요. 일차원적인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 아닌, 걱정, 근심, 불안, 욕망 등을 다 끌어안은 이찬우를 통해 제가 팔색조처럼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죠.”

연극, 뮤지컬,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박해수는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양자물리학’ 이찬우 역시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혁과 180도 다른 성격을 가져 박해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그에겐 이찬우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제혁과 박해수는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양자물리학’의 이찬우도 마찬가지죠. 제혁과 이찬우 모두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요. 직업, 태도, 처한 상황 등은 다르지만 사람에 대한 존중, 선함, 긍정적인 태도는 둘이 닮았죠. 제혁은 생각이 많아도 겉으로 표현을 잘 하지만 이찬우는 마주한 사건에 대해 직접 몸을 부딪히며 나서죠. 솔직히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의 직업, 비리에 맞서는 그의 올곧은 행동 등을 알아가는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어려웠던 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때 재미를 느꼈어요.”

“이찬우의 전사는 적고 대사는 많아서 연기로 타당성을 부여해야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가 양자물리학에 빠진 것이 아니라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양자물리학을 알아갔다고 받아들였죠. 클럽을 운영하는 캐릭터라고 해서 제가 이쪽 업계에 접촉하진 않았어요. 만약 그랬다면 연기 시야가 좁아졌을 것 같더라고요. 직업적인 걸 둘째치고 저는 이찬우를 ‘사람’ 그 자체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양자물리학’은 현실과 거리가 먼 영화는 아니다. 클럽에서 일어난 마약 사건 등 최근 일어난 일런의 이슈들을 빼닮았다. 박해수는 이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았다. 영화가 현실 사건과 닮은 건 우연이자 이 사회가 그렇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양자물리학’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예요. 2016년에 쓴 시나리오로 알고 있는데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죠. 저는 물론 다른 배우분들도 영화를 보면서 흠칫 했어요. 영화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현재’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믿어요. 관객분들이 속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만 보면 무거울 수 있지만 이걸 재치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만족을 느꼈어요.”

“영화가 ‘버닝썬 사태’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걸 이슈로 하면 영화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해요. 같은 공간에서 촬영했을 뿐이고 마약 이야기도 다른 영화에서 많이 다뤘으니까 저희 영화가 특별히 ‘버닝썬 사태’로 무언가를 얻어가려는 건 아니었죠. 영화의 본질은 시원하고 통쾌한 범죄 액션 영화예요.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 모여 좋은 파동이 퍼지길 원했는데 다른 쪽에서 그 파동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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