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섹시 히어로 데드풀이 드디어 두 번째 시리즈 ‘데드풀2’(감독 데이빗 레이치)로 컴백한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액션과 유머, 거기에 훈훈함까지 더해져 늦봄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 채비를 단단히 마쳤다.

  

‘데드풀2’는 전작에서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이 운명의 여자친구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나락에 빠지고, 그러던 중 미래에서 시간여행이 가능한 용병 케이블(조슈 브롤린)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사건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2016년 개봉한 ‘데드풀’은 기존 마블, DC 히어로들과 사뭇 다른 매력으로 영화팬들을 ‘빠심’으로 물들인 바 있다. 19금 잔망미와 여러 영화 세계관을 넘나드는 유머, 잔혹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이 대표적인 차이점이었다. 물론 최근엔 스타로드(‘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스파이더맨: 홈커밍’) 등 시쳇말로 ‘병맛’이라 불리는 유머로 무장한 히어로들이 팬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했지만, 그래도 데드풀 만한 느낌을 주진 못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데드풀2’에 대해 관객들은 이 시리즈 특유의 맛을 느끼길 바라는 건 자명하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신작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기존의 매력은 물론, 라이언 레이놀즈가 직접 “‘데드풀2’는 가족영화”라고 말했던 것처럼 독특한 훈훈함도 서려있다.

 

영화의 주요 서사는 여자친구 바네사와 ‘가족’을 이루고자 했던 데드풀이 불의의 사건으로 그에 실패하고, 좌절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전작에서 말기 암을 선고 받아도, 비밀 임상실험에서 고문을 받아도 늘 멈출 줄 모르는 수다와 함께 일발 역전을 노렸던 데드풀이 이번 작품에서 마이너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 자체만으로 전작 팬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데드풀’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조만간 또 쾌활해지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데드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가족’이다. 온갖 수단으로 적을 죽여 버리는 잔혹함, 그리고 어른들도 민망한 19금 대사를 주구장창 쏟아내는 데드풀과 가족이라는 단어가 꽤나 이질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유쾌발랄한 마스크 내면에 늘 외로움을 품고 있던 그에게 있어 ‘가족’은 어쩌면 ‘영원한 내 편’의 다른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쓸쓸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영화는 데드풀의 이런 소망을 쉽게 이루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와 극적 재미를 위해서 이 소망을 활용한다. 전편에서 병, 고문, 복수 등 많은 고난을 혼자서 헤쳐 나갔던 데드풀.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차원의 커다란 고난이 찾아온다.

 

 

‘내 편’을 찾기 위해 결국 ‘엑스맨’ 수습요원으로 들어가지만 고아원에서 고문에 시달리는 돌연변이 소년을 위해 살인을 행한다. 그리고 그 소년과 함께 돌연변이 교도소에 가게 된 데드풀은 어른들에 의해 버려진 소년의 모습을 통해 조금씩 히어로로서의 책임감을 깨달아 간다.

데드풀은 초반부의 고난으로 인해 ‘죽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품지만, 어느 순간 ‘돌연변이 소년이 비뚤어지는 걸 볼 수 없다’는 히어로적 마인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늘 어른이 되지 못했던 데드풀이 진정한 영웅이 돼가려 노력하는 과정은 그 어느 성장담보다도 흐뭇하고 유쾌하고 쫀쫀하게 다가온다.

언뜻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지만, 영화는 전혀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바로 데드풀 특유의 매력 덕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입만큼은 절대 쉬지 않는 ‘구강 액션’의 최강자답게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폭소를 자극한다. 특히 ‘엑스맨’ 시리즈나 MCU 마니아들이라면 공감하고 웃을만한 이스터 에그와 카메라를 넘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유머코드도 여전하다.

 

가벼운 입담의 데드풀과 함께 케미스트리를 이루는 케이블 역의 조쉬 브롤린, 도미노 역의 재지 비츠도 눈길을 끈다. 이들의 성격 자체는 극과 극이다. 케이블은 표정에서부터 세상 상남자에 무거움의 끝을 달리는 인물이고, 도미노는 그 어떤 여성 히어로들 보다 쿨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낳는 호흡도 역시나 유쾌하다. 각각 가지고 있는 시간 조작, 행운 조작(?) 능력도 데드풀의 힐링 팩터 능력과 합을 이루는 게 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들이 ‘엑스포스’라는 이름의 팀을 일궈가는 과정은 우여곡절이 넘치지만 그 우여곡절 끝에 함께 어떤 행보를 걷는지, 또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가 '데드풀2'의, 또 언젠가 나올 속편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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