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더위가 몰아닥친 올해 여름, 치솟는 수은주처럼 끝도 모르고 올라가는 ‘고음 종결송’으로 폭염을 이겨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향 하현우 박기영 등 ‘고음 종결자' 가왕들은 3옥타브는 물론, 최고 4옥타브에 이르는 시원한 목소리로 가슴 깊이 시원함을 선사한다. 보통 하이피치에선 두성, 초고음에서는 반가성을 사용하는데 가성으로도 올리기 힘든 음을 가볍게 진성으로 내지르는 발성, 고음을 더 빛내는 매력적인 보이스와 묵직한 성량으로 리스너들의 무한 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 하현우

MBC 제공

지난 2007년 밴드 국카스텐으로 데뷔한 하현우는 이전부터 이미 인디신 최강의 ‘고음러’였다. 그런 그가 2016년 ‘복면가왕’에 출연해 탁월한 감성표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고음으로 역대 최다 20주 연속(9연승) 가왕에 올라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당시 선보인 12곡 중 특히 티삼스 원곡의 ‘매일 매일 기다려’는 최고 3옥타브 라(A5)까지 올려 고음강자로 우뚝 섰다. -1옥타브대의 초저음에서부터 3옥타브 후반 초고음역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무지막지한 음역대를 가져 모든 장르의 곡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한다. 이런 강점은 하현우만의 무시무시한 고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 나얼

사진=산타뮤직 제공

나얼은 브라운 아이즈, 브라운 아이드 소울 그리고 최근 솔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자타공인 ‘초고음 강자’다.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음에도 2012년 ‘바람기억’, 지난해 ‘기억의 빈자리’ 등을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는 등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의 강점은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음원기준 최대 4옥타브 도(C6)에 이르는 고음이다. 타고난 미성에 전문가들조차 “가장 아름다운 두성”이라고 극찬할 만큼 발성이 인상적이다. 이와 더불어 타고난 음감을 활용한 강렬한 애드리브는 리스너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 이수

MBC 제공

노래방 마니아들에게 ‘이수’라는 이름은 마치 로망과도 같다. 27일 기준 TJ노래방 차트를 보면 TOP100에만 ‘My Way’(2위), ‘어디에도’(12위), ‘One Love’(51위), ‘행복하지 말아요’(72위) 등 최다곡을 차트 인시켰다.

각각 최고음은 3옥타브 레(D5), 3옥타브 레, 3옥타브 도#(C5#), 3옥타브 도(C5)다. 앞선 가수들보다 다소 낮아 보이지만 성대의 접촉을 최대화시킨 샤우팅 창법에서 그의 진가는 발휘된다. 여기에 진-가성부 사이의 파사지오 구간이 티가 나지 않는 점, 3옥타브 고음을 쉼 없이 연타할 수 있는 폐활량 등이 곡 난이도를 도전자들에겐 극악(?)으로 끌어올인다.

 

★ 박기영

사진=KBS2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가장 드라마틱한 ‘고음 디바’다. 1997년 데뷔 이후 노래 잘 하고 감성이 좋았지 화려한 고음을 구사하던 가수는 아니었다. 반전 포인트는 2012년 tvN ‘오페라스타’였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뒤 국내외 성악가들에게 본격 레슨을 받으며 발성과 창법의 다변화를 완성했다.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불렀을 때 알리의 깜짝 놀라는 모습이, 오페라 명곡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을 소화했을 때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미소와 팝페라 테너 임태경의 기막혀 하는 웃음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복면가왕’에서 ‘론리 나이트’를 열창했을 당시 D6(4옥타브 레)의 고음을 신들린 듯 구사해 연예인 판정단을 경악케 했다.

박기영의 최대 강점은 오페라 아리아부터 거친 록, 소울, 탱고, 보사노바, 재즈, 팝 발라드 등 장르에 따른 팔색조 변신이다. 20년 차 베테랑 가수답게 감정을 깊게 전달하는 것과 아울러 성악 테크닉을 접목시킨 긴 호흡과 연속 고음처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소향

사진=KBS2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국내 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음역대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향은 가스펠 싱어로 출발했다. ‘복면가왕’에서 7연승 가왕을 차지하며 ‘고음 디바’ 인증을 대중적으로 받은 그는 ‘불후의 명곡’ 마이클 볼튼 특집 편에서 ’Lean On Me’를 불러 박정현, 효린, 에일리, 문명진 등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마이클 볼튼은 “할 말을 잃었다. 상당히 많은 버전을 들어봤는데 가장 극적인 무대였다”고 감탄했다.

비성의 목소리 톤 자체가 고음에 최적화된 소향은 음악프로에서 4옥타브 고음을 일상적으로 구사해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돌고래 고음’ 닉네임을 얻어왔다. 어느 인터뷰에서 “5옥타브 미#(Eb7)까지 최고음을 낼 수 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기도 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세스 릭스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 손승연

사진=KBS2 '불후의 명곡' 방송캡처

어마무시한 고음러들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적인 발성과 파워를 자랑한다. 그는 소향처럼 고음에 최적화된 목소리라기보다 중음대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녔다. 하지만 괴력에 가까운 밀어붙이는 힘으로 초고음을 정복해버린다. 가성이나 반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고음을 구사할 때 경이로운 한편 위태롭기까지 할 정도다. 또한 외국어처럼 발음을 살짝살짝 흘려버리는 소향, 특정 단어에서 혀 짧은 발음이 나오는 박기영과 달리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 가사 전달력이 그만큼 빼어나다는 의미다.

지난 2012년 Mnet ‘보이스 코리아’ 우승을 하며 데뷔한 손승연은 올해 ‘복면가왕’에 동방불패로 출연해 8연승 가왕으로 소향의 기록(7연승)을 뛰어 넘었다. 록과 랩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깔끔한 음색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늘 감동을 안겨준다. 다만 가창 실력에 비해 음원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아 아쉬움을 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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