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되지 않을 뻔했지만, 결국 현실이 된 ‘한국인 감독 더비’가 닥쳤다.

8강전을 똑같이 연장 혈투 속에 끝낸 한국과 베트남은 29일 오후 6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한국의 김학범 감독과 박항서 감독은 함께 K-리그에서 뛰었던 기간도 있고, 1960년생과 1959년생으로 연배 역시 비슷하다.

누리꾼들은 학구파인 김학범 감독에게 EPL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는 애칭을 붙였고, 2002년 한일월드컵 코치 출신인 박항서 감독에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본딴 ‘베트남 히딩크’, ‘쌀딩크’ 등의 별명이 따라다니고 있다.

두 감독을 중심으로 29일 벌어질 준결승전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 일본-UAE전 승자와 9월 1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다툴 수 있다. 

 

★한국vs베트남 대결 전적…’객관적 우위’

 

27일 베트남과 시리아의 8강전을 관전 중인 김학범 한국 대표팀 감독(오른쪽). 사진=연합뉴스

U-23 대표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의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베트남의 열세가 점쳐진다. FIFA 랭킹 57위인 한국은 베트남(102위)과의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간 역대 전적에서 4승 전승을 거뒀으며, 아시안게임에선 4차례(1970, 1978, 1986, 2014년) 정상에 올랐다.

성인 대표팀간 역대 전적은 25전 17승6무2패로 한국이 우위이며, 청소년(20세 이하) 대표팀간 역대 전적도 9전 3승5무1패로 한국이 앞선다.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4패를 당한 베트남은 이번에 박항서 감독이 달성한 4강 진출조차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 최고의 성적이다. 그렇지만 이미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1패를 당하며 ‘반둥 쇼크’를 겪은 한국 대표팀에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쌓은 베트남은 조별리그 3전 전승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무패 행진 중이다.  

 

★최근 대결은? AFC U-23 챔피언십 돌아보기

 

27일 시리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베트남 국가 연주를 듣고 있는 박항서 감독. 사진=연합뉴스

가장 최근 있었던 한국과 베트남의 대결인, 앞서 언급한 AFC U-23 챔피언십을 돌아보면 베트남은 만만치 않은 근성을 가졌다. 당시 한국과 베트남은 D조에 호주, 시리아와 함께 편성됐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베트남을 2대1로 이긴 것을 포함해 2승1무로 조 1위를 기록,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에 지며 1승1무1패로 조별리그를 마쳐 조 2위로 8강에 간 베트남이 결과적으로는 더 오래 살아남았다. 

8강전인 이라크전과 4강전인 카타르전에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해 결승에 진출, 베트남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며 ‘박항서 매직’을 입증했다. 결승전에선 이번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과 접전을 벌인 우즈베키스탄에 져 준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4강까지 올라갔지만,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대4로 지며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고 3, 4위전에서도 카타르에 0대1로 무릎을 꿇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학범vs박항서, K-리그 시절 대결 전적은?

 

11년 전인 2007년 K-리그 기자회견에 함께 있는 김학범 감독(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박항서 감독(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연합뉴스

김학범 감독과 박항서 감독은 함께 K-리그 사령탑이던 시절에 대결한 적이 있다. 물론 이 때의 전적은 대표팀과는 상관이 없고, 선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현재와 다르므로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베트남전을 앞두고는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숫자상으로는 성남 감독이던 김학범 감독 쪽이 경남을 이끌던 박항서 감독에게 크게 앞서고 있다. 

2006년부터 K-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총 10번 대결이 이뤄졌으며, 김학범 감독 쪽이 8승1무1패로 우위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K-리그에서 격돌한 2006년 김학범 감독은 박항서 감독에게 3전 전승을 거뒀는데, 당시 성남은 훌륭한 전력을 자랑하며 K-리그에서 우승했음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국을 사랑하지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박항서 감독이 어떤 분전을 벌일지 기대되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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