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추워졌지만 공연계는 연말을 맞이해 뜨거워졌다. 얼어붙은 마음을 살살 녹일 따뜻한 공연들이 공연계를 풍성히 달궜다.

한 여성의 일생을 통해 감동을 전해는 '그을린 사랑'부터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을 다루는 '누군가 올 거야', 가족과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아부지', 마법같은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까지 다양한 연극들이 준비됐다. 여기 12월 개막 연극들을 소개한다. 

 

사진=마크923 제공

# 그을린 사랑

독립영화로 개봉해 인기를 끈 ‘그을린 사랑’이 12월에 연극으로 돌아온다. ‘그을린 사랑’은 국내에서는 희곡 보다 드니 뵐뇌브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더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예술영화 부분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모았으며 시적 언어의 힘, 탄탄한 서사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인 ‘그을린 사랑’이 연극으로 돌아와 극적인 스토리를 잘 녹여낸 영화의 감동을 넘어서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전해 듣고 혼란에 빠진다. 유언의 내용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자신이 남긴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또한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담겨있다.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베일에 싸여 있던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출산 전 사라진 아버지, 출산하자마자 아들과의 생이별, 정치범으로서 수용소 생활, 감옥에서의 강간·임신·쌍둥이 출산까지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을린 사랑’은 12월6일~16일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사진=무릉도원프로젝트 제공

# 누군가 올 거야

명확한 상황이나 사건을 그려내기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상태를 치밀하게 표현한 연극 ‘누군가 올 거야’는 관계에 집착하면서도 관계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을 시적 언어로 무대 위에 형상화한다.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의 첫 희곡 ‘누군가 올 거야’는 수많은 반복으로 이루어진 언어의 고유한 리듬감과 독특한 시적 언어들로 구성돼 있다. 철저하게 압축되고 축약된 형태의 언어들은 문장의 조각들과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의 틈새에서 적절하게 이용되는 침묵의 순간들로 관계 속 소통의 부재, 나아가서는 소통이 불가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인간의 내면을 투사한다. 삶에 대해 어떠한 방향성이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이 삶을 형성하는 태도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 관계 안에서 현존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절대적 고독을 감각하게 한다.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시적으로 구현해내는 연출 윤혜진과 배우 이윤재, 김정민, 이형훈이 ‘누군가’가 되어 관객을 만나게 된다. 12월12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한다.

 

사진=리히더스 제공

#아부지

2018년 4월 봄, 많은 관객과 진솔한 소통을 했던 연극 ‘아부지’가 관객과 11월3일 윤당아트홀에서 힘찬 시작을 알렸다.

‘아부지’는 젊었던 시절 사랑했던 그 사람, 나를 지켜주던 우리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치매’라는 소재와 함께 풀어낸 연극이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우리네의 삶을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때 좋은 시절을 지나 이제는 중년이라 불리는 나이가 된 주인공 정호와 희주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라는 병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정호와 그의 곁을 지키는 희주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으로 2018년 겨울 관객들과 뜨거운 두 번째 소통을 하고자 한다.

‘아부지’는 12월 30일부터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 내게 빛나는 모든 것

김진수, 이봉련의 혼성 캐스팅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마법 같은 1인극이란 카피로 더욱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 연극은 마치 모든 것이 잘 짜인 듯이 자연스럽게 관객과 극 진행이 되며 마음이 따뜻하고 유쾌한 한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를 때로는 이끌어 주고 지켜봐 주며 인생의 가치를 함께 나누게 된다.

이 연극을 맡은 오경택 연출은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읽은 소감으로 “놀라운 대본” 이란 평과 함께 “단순한 형식과 보편적인 이야기에 넘치는 힘이 있다”며 색다른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매회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연을 선사하게 될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으로 가족, 친구 혹은 동료들과 함께 삶에서 놓치고 살았던 빛나는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따뜻한 연말을 기대해도 좋다.

본 공연은 12월1일부터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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