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영화를 보면 박정민 혼자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그만큼 나한이라는 캐릭터는 서사 안에서 외로운 캐릭터였다. 이정재보다 오히려 이재인과 함께 한 장면이 많았고 그 장면 개수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혼자 촬영하는 날이 많았어요. 이정재 선배님, 이재인 배우와 감정 교류할 시간이 없었죠. 저 혼자서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어요.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데 모노드라마처럼 혼자 모든 걸 보여줘야하니 쉽지 않았죠.”

“이재인 배우는 평소에 굉장히 수줍은 소녀예요. 카메라 앞에만 서면 숨겨진 에너지가 폭발하죠. ‘이건 중학생이 하는 연기가 아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모르게 칭찬이 나오더라고요. 차분한 성격이 금화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렸어요. 장재현 감독님의 요구도 한번에 잘 알아듣고요.”

상대 배우없이 많은 걸 보여줘야 했던 박정민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만큼 박정민은 ‘사바하’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 드러내야 했다. 나한의 복잡한 감정, 상황, 그를 둘러싼 인물과의 보이지 않는 감정 교류 등 숙제같은 연기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 박정민은 ‘사바하’에 깊숙이 빠져들게 됐다.

“이 정도로 딥한 감정 연기를 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동주’ 때도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사바하’와 완전 다른 결이었죠. 하지만 나한이라는 캐릭터에서 금방 빠져나왔어요. 그 이름을 떠나보내는 순간이 서운했죠. 4~5개월 동안 나한으로 살았잖아요. 촬영이 끝나고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섭섭하더라고요. 이렇게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 건 ‘사바하’가 유일했죠.”

연기적으로 힘들었지만 박정민은 장재현 감독과 함께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사바하’를 만드는 장재현 감독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가 얼마나 이 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인 장재현 감독의 속내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장재현 감독님은 정말 독특하신 분이에요. 저와 잘 맞는 분이기도 하죠. 종교 영화를 찍는다고해서 어두운 분이 아니더라고요. 항상 밝고 유머도 많으세요. 감독님 집에 가서 서재를 봤더니 모든 책이 ‘악마는 무엇인가?’ 등 무속신앙 관련 책, 공포소설이더라고요. ‘이래서 엄청난 종교 세계관을 만들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언론배급시사회 때 감독님이 우셨는데 솔직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사바하’에 자신의 모든 걸 바친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 앞으로 3년 동안 놀림받을 생각하라고 농담을 던졌어요.(웃음)”

‘사바하’ 이후 박정민은 ‘파수꾼’ 팀이 다시 뭉친 ‘사냥의 시간’과 ‘타짜: 원 와이드 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쉴 틈 없이 촬영에 매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앞으로도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잠시 휴식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바하’가 잘 되는 것이었다.

“마동석 선배님과 ‘시동’이란 영화를 곧 촬영해요. ‘사바하’ 이후 앞으로 ‘사냥의 시간’ ‘타짜: 원 와이드 잭’ 개봉을 기다려야죠. ‘시동’ 촬영이 끝나면 좀 쉬고 싶어요. 쉼없이 달려온 것 같아서요.”

“최근에 목공에 맛을 들였어요.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잔걱정을 할 시간이 안 생기죠. 배우는 단계여서 대단한 걸 만들지는 못해요. 개집을 만들고 있었는데 ‘사바하’ 홍보 때문에 작업을 안하고 있어요. 하루빨리 완성하고 싶네요. 일단 ‘사바하’가 제 바람대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야겠죠?(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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