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광석의 명곡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그날들’은 고 김광석의 노래를 재해석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화려한 안무와 무대장치, 이미 입증된 명곡까지 이 뮤지컬이 2013년부터 4차례 재연하면서 여전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건 마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자칫하면 노래에 맞지 않거나 극의 흐름과 개연성이 떨어져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하해줄 명곡 퍼레이드가 오히려 무대 전체의 연결성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들’은 적재적소에 곡을 알맞게 매치해 뮤지컬의 품격을 높였다. '그날들'은 한중수교 2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인 청와대 경호부장 정학에게 대통령 딸과 경호원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라진 대통령 딸과 경호원을 찾는 과정에서 정학은 20년 전 사라진 동기 무영과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정학은 20년 전과 후를 왔다 갔다하며 젊은 시절의 약간은 순진하고 장난스럽던 20대와 동시에 중후한 40대 경호실장을 동시에 연기한다. 그가 안경을 벗으면 깐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청와대 경호실장이 되고 안경을 벗으면 순식간에 20대 청년으로 변하는 모습은 이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공연은 의문의 그녀를 경호하게 된 정학과 무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곳곳에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고 김광석의 노래들이 절묘하게 배치되며 극을 유쾌하게도, 뭉클하게도 만든다.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곡인 ‘이등병의 편지’가 이토록 슬프게 들릴 수 있을까. 본 곡은 입대를 앞둔 청년의 심경을 표현했지만 ‘그날들’에서는 사라진 무영과 그녀에 상처받은 정학이 군대에 다시 들어가 부르는 곡이 됐다. ‘서른 즈음에’는 젊은 시절,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처받은 정학을 위로하는 청와대 요리사 운영관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이처럼 곡과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관객들이 명곡의 감동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었다.
화려한 액션 안무와 돌아가는 원형무대도 ‘그날들’의 볼거리 중 하나. 청와대 경호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경호원들이 보여주는 절도있는 ‘칼군무’는 무대를 가득 채워준다. 또한 원형 무대는 극의 감동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치 영화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처럼 다양한 각도를 통해 극을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앞서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은 만큼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최재웅은 낮은 목소리로 감미롭고 비장하게 정학을 연기한다. 청년의 모습과 중년의 모습을 다채로운 톤을 사용해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온주완은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로 그녀와의 로맨스를 설득력있게 만들어줬다. 정학에게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의 모습부터 시작해 마지막 장면까지 유쾌함과 감동을 다 풍부하게 전달했다.
한편 뮤지컬 ‘그날들’은 5월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만 7세 이상. 165분.
사진=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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