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내년으로 이어지는 안방극장 예능 트렌드는 스포츠와의 접목이다.
6월 첫 방송된 JTBC ‘뭉쳐야 찬다’와 KBS2 ‘으라차차 만수로’, 11월 시작한 KBS2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 SBS PLUS ‘다함께 차차차’에 이어 내년 방송될 KBS2 ‘날아라 슛돌이-뉴 비기닝’, 농구예능 SBS ‘핸섬 타이거즈’까지 즐비하다.
이중 ‘뭉쳐야 찬다’와 ‘씨름의 희열’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시청률로도 입증했다. ‘뭉쳐야 찬다’는 최고 시청률 7.9%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고 ‘씨름의 희열’ 역시 첫 방송 2%, 2회 2.4%, 3회 3.1%(닐슨코리아 기준)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단지 스포츠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프로그램 포맷 그리고 출연진의 캐릭터다.
# ‘뭉쳐야 찬다' 전설 맞아? 허당美+성장극...시청자 호응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열기를 이어받아 제작된 ‘뭉쳐야 찬다’는 프로그램 초반 농구대통령 허재의 폭발적 인기로 연이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출연진의 인기와는 별개로 방송 초반 확실한 포맷을 구축하지 못하고, 경기를 펼치는 회차와 그렇지 않은 회차의 시청률이 확연히 갈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지난 10월 6일 16회 방송에서 야구 레전드 김병현이 용병으로 등장한 것을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흔히 예능인들에게 기대하는 댄스 신고식이나 게임처럼 무리한 예능적 시도를 없앴다. 전반부는 용병을 소개하고 그의 주종목을 체험한다. 후반부는 축구에 집중하며 축구를 기대하는 팬들을 사로잡는다.
확실한 포맷 위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는 더욱 부각된다. 특히 허재와 김용만이 콤비를 이룬 ‘을왕리 멤버’라는 수식어와 '캘리포니아 깐족' 이형택, '슈퍼스타' 이봉주, 벌금 거두기에 애쓰는 골키퍼 김동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자연스러운 재미를 유발한다.
경기장에서의 모습도 마치 게임 캐릭터를 보는 듯한 모습으로 공감과 웃음을 전해준다. 어쩌다FC 멤버들은 모두 자기종목의 레전드다. 그만큼 특화된 능력이 있다. UFC선수 김동현이 동체 시력을 자랑하고, 마라토너 이봉주는 끝모를 체력, 농구대통령 허재는 상황을 읽는 시야 넓은 수비력 등 개개인 종목 특성을 발휘하며 포지션을 소화한다.
여기에 캐릭터를 레벨업시키는 것 같은 모습에서 오는 만족감도 프로그램 인기에 한몫을 차지한다. 전설답지 않은 허당미와 안정환 감독 지휘 아래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에 “전설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란 동질감과 “누구든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구나”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것은 개인으로서, 팀으로서 그들을 응원하고 프로그램에 빠져들게 만든다.
# '씨름의 희열' 슈퍼스타 천하장사! 응원선수 우승 차지할까?
‘뭉쳐야 찬다’가 인기 스포츠 축구와 화려한 캐스팅 조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면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이하 씨름의 희열)은 정반대다. 이만기와 강호동의 옛날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비인기 종목 씨름과 누군지도 모르는 무명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배우 뺨치는 외모의 박정우(의성군청)와 '씨름돌' 황찬섭, '모래판 박효신' 허선행(양평군청)의 훈훈한 비주얼은 여성팬들을 모으는 요인이다. 허선행과 노범수(울산대)는 평소 티격태격 절친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씨름판에서는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를 응원하듯, 선수들 개개인 매력을 느끼고 응원하게끔 하며 시청자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축구나 음악 오디션과 달리 씨름은 종목 자체로는 인기가 없다. 따라서 출연진 캐릭터만으로 승부하기 어렵다. 하지만 씨름이 가진 종목의 특성은 오히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씨름은 한판이 60초 안에 끝난다. 결국 선수들이 강한 힘과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넘기는 순간이 짧게 반복되며 지루할 틈 없이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이들 프로그램이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고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결국 예능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예능도 다르지 않다. 스포츠 스타의 모습을 예능에 맞는 캐릭터로 승화시키고, 프로그램은 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한다. 두 프로그램은 각자 종목 특성에 맞는 콘셉트를 찾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은 과제는 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고정된 포맷은 진부함으로 느껴질 수 있고, 경쟁을 부추기는 콘셉트는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인기를 얻고 있기에 어쩌다FC가 언제 첫승을 거두게 될지, 씨름판의 최강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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