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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25kg 증량, 저는 진짜! 토르 뱃살은 CG잖아요"

‘1987’ ‘미쓰백’에서 이희준은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서 있었다. 1월 22일 개봉하는 정치 드라마 ‘남산의 부장들’에선 다르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을 모티브로 한 곽상천 역을 맡아 감정은 죽이고 외적인 모습으로 모든 걸 드러내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 연기도 이희준이었기에 가능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다른 정치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많이 배제하고 사건속에 뒤엉킨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간다. 정치적 편향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희준은 이 영화의 이런 특징들에 신선함을 느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긴장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갑다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두 번째 볼 때는 인물들의 감정 속으로 빨려들어가더라고요. 보통 정치 드라마들은 캐릭터의 과거같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남산의 부장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죠. 오로지 인물의 현 상황에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흔한 총격 신, 쿠데타 장면도 찾을 수 없죠. 우민호 감독님이 편집하시면서 많이 애쓰셔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우민호 감독님과 ‘마약왕’을 같이 했는데, 그때 뜨거운 마음으로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차분하게, 그리고 절제하면서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줬어요. 평소에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셨을 거라는 게 상상됐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연기하면서 정치적 편향 없이 중립적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죠.”

이희준이 연기한 곽상천이란 캐릭터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튀는 인물이다. 김규평(이병헌), 박용각(곽도원) 등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곽상천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 감정의 복잡함은 1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희준은 곽상천이란 인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다.

“곽상천은 참 독특한 인물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지?’ 했다니까요. 여러 자료 조사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심혈을 기울인 게 곽상천 행동의 이유였어요. 이 사람은 박통(이성민)을 위해서면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요. 아부도 잘하죠. 박통 말이 옳고 박통이 곧 국가라고 생각해요. 곽상천이 뭘 믿고 그러는지 제 연기로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필요가 있었죠.”

“솔직히 곽상천을 연기하면서 조심스러웠어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제 연기에 따라 실존인물의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으니까요. 그냥 이 사람은 사심없이 순수하게 각하를 위해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권력욕도 없는 사람으로요. 저는 배우로서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고 싶지만 곽상천은 일차원적인 사람이라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연기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가 단순했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 곽상천이 일차원적이어야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는 각하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남산의 부장들’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병헌, 곽도원, 이성민, 김소진 그리고 이희준까지. 남자배우들 중에선 이희준이 막내였다. 41세인 그가 현장 막내가 되는 건 쉽게 오지 않는 일이다. 그는 신인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면서 선배들의 연기에 아직도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제가 촬영 현장에서 막내가 된 건 오랜만이었어요. 이병헌 선배님은 제가 김규평(이병헌)이란 캐릭터에서 보고 싶은 감정을 모두 다 드러내셨죠. 병헌 선배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이성민 선배님은 장면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박통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표현하셨죠. 이건 분장의 힘이 아니라 연기의 힘이었어요. 정말 두 분 모두 대단하셨죠. 솔직히 곽도원 선배의 박용각 역이 탐났어요. 이해하기 쉬웠고 저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이번 영화를 위해 25kg 찌웠어요. 대본을 아무리봐도 살을 찌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배우생활하면서 신체적인 가면을 쓴 건 처음이었어요. ‘1987’ ‘미스백’ 때도 심리적인 가면을 쓴 채 연기했는데 ‘남산의 부장들’은 거대한 몸과 귀가 터질듯한 목소리로 곽상천이란 인물을 표현해야했죠. 100kg 거구가 돼 촬영하는데 걸음걸이도 달라져 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도 힘들더라고요. 그게 재미있는 거예요. 어떨 때는 짧은 대사를 해도 숨이 차서 못하겠더라고요.(웃음) 토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CG나 복대같은 걸 착용하고 살찐 걸 보여줬잖아요. 정말 우리나라 배우들이 이렇게 열심히 합니다.(웃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쇼박스 제공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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