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케이블채널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극본 이대일 연출 이정효)이 첫 방송됐다. 1회에는 2018년에서 30년 전인 1988년으로 타임슬립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한태주 경위(정경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태주는 전 약혼자이자 검사 정서현의 부탁을 받고 일명 ‘매니큐어 연쇄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증거가 오염된 탓에 범인은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다. 하지만 서현이 납치되면서 추격 끝에 태주가 범인을 그를 검거하나 용의자들에 의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간신히 일어선 그를 차가 들이받으며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태주는 그에게 있어선 화성(Mars)이나 마찬가지인 1988년 인성시 한복판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어린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겪은 태주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태주는 수상한 사람으로 지목돼 서부경찰서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강력계 계장 강동철(박성웅)과 조우한다. 아이러니하게 태주의 주머니에 전출서가 발견되고, 반장이 돼 강동철 이하 형사들과 한 팀이 된다. 꿈인지 현실이 종잡을 수 없는 태주는 TV를 보다 '수사반장' 속 반장(최불암)의 "문제는 한태주 형사란 말야. 이봐, 한태주 형사! 들리나? 에휴, 큰일이야"라는 대사에 화들짝 놀란다.

다음 날 태주는 동철과 살인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다방 종업원의 손에는 붉은 매니큐어가 발라져있어 2018년 연쇄살인사건과 판박이임을 웅변한다.

‘보이스’ ‘터널’ ‘나쁜 녀석들’ 등 참신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장르물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OCN은 동명의 인기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전도연 주연의 ‘굿와이프’를 통해 리메이크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이정효 PD가 메가폰을 잡고 좋은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포진했다.

 

 

원작은 BBC를 통해 2006~2007년 시즌 2까지 방영됐다. 2006년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맨체스터의 형사과장 타일러가 범인을 좇던 중 실종된 형사이자 연인 마야 때문에 낙심하다가 차에 치이고 난데없이 1973년의 맨체스터로 이동, 그곳에서 형사반장으로 강등된 채 살아가며 여러 사건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인지를 의심케 하는 수상한 현상들을 접하고, 2006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시즌 2 동안 이야기는 모호함 가득한 채 진행되고, 시청자들은 타일러가 미친것인지, 혼수상태인지, 진짜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한국판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을 다소 수정해 2018년과 1988년 형사들의 이야기로 내용을 구축했다. 최근 몇 년 새 타임슬립 드라마가 빈번하게 제작됐기에 낯선 형식은 아니다. 대중적 검증을 받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기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도 크다.

문제는 원작의 변주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보다 앞서 방영된 ‘시그널’의 기시감을 극복해내는 것에 있어 보인다.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은 1980년대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현재의 형사 차수현(김혜수), 박해영(이제훈)과 미제사건 공조수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리며 작품성과 시청률 모두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라이프 온 마스’ 첫 회는 빠른 전개, 숨 막히는 추격전과 액션 등 강렬함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붙드는데 성공했다. 기억을 찾으려는 형사를 맡은 정경호의 더욱 안정감 있어진 연기와 날카로운 캐릭터 묘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특별출연한 전혜빈의 엣지 있는 연기나 노배우 최불암의 깜짝 출연도 인상적이었다. 2018년 현재의 분위기가 무겁고 세련된 범죄 스릴러극이었다면, 88년은 복고풍 코믹수사극으로 뚜렷이 대조를 이뤘다. 2회부터 이런 불협화음(?)을 제작진이 어떻게 잡아갈 지도 궁금하다.

사진= OCN '라이프 온 마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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