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가 매회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는 명대사를 통해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영까지 3회만을 남겨둔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통찰력 있게 다루며 매회 명장면과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진한 울림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던 명대사 베스트 6를 짚어봤다.

 

 

01. “저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판사일 겁니다”(2회)

첫 등장부터 법원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열혈 초임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은 법정에서도 남달랐다. 안타까운 사연에 눈시울을 붉혔고 불의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임바른(김명수)은 “그 옷을 입은 이상 박차오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판사”라며 개인감정을 감춰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박차오름은 “저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판사일 겁니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기만 하는 판사 따위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건 안의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약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공감판사의 탄생이었다.

 

02. “가해자의 고통을 피해자와 같은 저울로 잴 수 없습니다”(3회)

 

가장에게 ‘밥줄’이 주는 의미와 현실의 무게를 아는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은 신중한 고민 끝에 성희롱 가해자인 광고회사 부장의 해고무효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권력을 이용한 계속적인 성희롱은 사람의 자존감을 망가뜨립니다. 게다가 가해자의 고통과 피해자의 고통을 같은 저울로 잴 수 없습니다. 가해자의 고통은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의 무게로 인해 상쇄됩니다”란 판결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44부의 약자인 피해자를 헤아리는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법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고 구원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기에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겼다.

 

03. “우리는 웃으면서 철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첫걸음을 함께 내딛었으니까요”(5회)

 

동료 판사를 위해 부장판사의 불합리한 행동에 문제제기를 했던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행보는 철옹성 같던 법원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비록 판사회의는 소집되지 못했지만 냉소적으로 보였던 부장판사들과 동료들이 자리를 빛내줬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 울면서 철수했다”는 등산가의 글을 인용한 박차오름은 “우리는 웃으면서 철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첫걸음을 함께 내딛었으니까요”라며 눈물과 함께 미소 지었다. 법원이라는 경직된 조직에 박차오름이 던진 무모한 계란은 희망의 불씨로 피어났고, 성공보다 값진 실패를 이루며 뭉클함을 자아냈다.

 

04. “넌 참 열심히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구나. 거절할 때조차 최선을 다하는구나”(6회)

임바른의 돌직구 고백에 당황해 하던 박차오름은 당혹스러워 하다가 선배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다. 이어 자신의 가정사와 함께 이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주제에 일을 많이 벌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절절하게 고백한다. 이 장면에서 임바른은 독백한다. 가까운 관계,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거절의 애티튜드를 곱씹도록 한 대사다.

 

05. “실수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10회)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법과 판사의 한계를 체감한 박차오름은 좌절하고 있었다. 판사로서 열의가 컸던 만큼 박차오름의 무력감도 컸던 것. 곁을 지키며 안타깝게 지켜보던 임바른은 “실수할 수 있게 돕고 싶다. 나는 이미 있는 정답만 잘 찾는 사람이지만, 박판사는 새로운 답을 찾다가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위로했다. 판사 박차오름의 존재 가치를 일깨워준 진정한 위로이자, 시청자들에게도 ‘실수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따뜻한 위로였다.

 

06.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속도인가 보네요”(10회)

‘미스 함무라비’는 잔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 직장 내 성희롱 재판에서 결정적 증인 김다인은 내부고발자로 찍혀 빠르게 해고당했지만 국회의원 출신 성희롱 변호사의 소환은 한참 후에나 진행됐다. 심지어 김다인은 부장이 자신에게 한 성희롱은 고소하지도 못했다. 피해자와 약자에게만 가혹한 세상의 속도에 임바른은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속도인가 보네요”라며 한탄했다. 임바른의 입을 통해 터진 아쉬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뒷맛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사진= JTBC '미스 함무라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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