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을 벌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여 6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최저임금 논란과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7일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시험비행 중 마린온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순직했다. 이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인해 지지율 추가 하락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추락 사고로 부서진 마린온 헬기 잔해/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이 됐고 현재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리온 측을 감싸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다.

하지만 그 후 해병대가 공개한 17일 사고 당시 CCTV 동영상을 보면, 기체는 이륙 4~5초 후에 갑자기 프로펠러 날개 4개 중 1개가 분리돼 날았고, 곧바로 나머지 프로펠러가 통째로 떨어져나가며 추락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기체 결함 쪽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이후 방송사 뉴스 인터뷰에 등장한 수리온 헬기 정비 담당 전역병들은 “6월 말부터 기체 떨림이 심해 집중 정비를 받았다” “지난 1월 도입된 직후부터 늘 아슬아슬했다”고 증언했다.

유족들과 야당은 일제히 “사실상 (사고조사위의)진상조사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청와대의 첫 공식 입장인 이 발표에서 유가족에 대한 애도의 표현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당황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성토했다.

김 대변인의 논평 다음날인 19일 문 대통령은 “희생당한 분들과 유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하루빨리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서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부하 직원이 사고치고 상사가 수습하는 모양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추락 헬기의 순직 장병 유가족이 철저한 진상조사, 사건현장 언론 공개 등을 촉구하며 조문·장례를 거부하고 있는데 대해 “의전 등의 문제에서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또다시 설화를 자초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송 장관은 “진의가 아니고 솔직히 사과를 드리는 바”라며 “다시 한 번 국가를 위해 순직한 해병 전우의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유가족에 위로의 말씀을 전해 올린다”라고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생떼 같은 자식을 군에 보낸 뒤 졸지에 잃은 부모를 앞에 두고 ‘의전’ ‘짜증’ 운운한 것에 대해 군인과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가 제기될 만하다. 더욱이 송 장관은 왜곡된 인식과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게 한 두 차례가 아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엄중한 책임을 묻고, 함량미달 비판이 제기되는 인물에 대한 단호한 인사조치가 이뤄져야 함에도 부재할 경우 국민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총책임자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로 직결된다. 최근 “대통령은 인간적이고 열심히 하는데 밑에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는 세간의 평이 확산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해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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