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세 가지 이름을 사용한 한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8월 18일 새벽, 한 할머니가 온 몸이 피로 물든 채 구급차에 실려 병원 앞에 도착했다. 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 할머니는 동맥이 끊어져 출혈이 상당했다. 게다가 몸 왼쪽에는 관통상을 당해 꽤 심각한 상태였다.

할머니는 경기도 고시원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같은 층에 살던 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상해를 입었다. 할머니는 이후 신속한 조치와 응급수술 덕분에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담당의사가 회진을 돌 때마다 리스트에 적혀있는 할머니의 이름이 매번 바뀌었던 것. 할머니는 입원해 있는 3일 동안 무려 세 개의 이름을 사용했다. 경찰 역시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어 피해자 지원 전담부서에서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할머니는 결국 본명을 털어 놨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할머니는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50년 넘게 유령처럼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할머니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어려서부터 공장과 식당에서 돈을 벌어야했다. 그러던 중, 식당에서 한 남성을 알게 됐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채 2~3개월 간 짧은 동거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남자는 매일같이 폭력을 행사했다. 할머니는 그를 피해 도망쳤고, 그럴 때마다 남성은 매번 할머니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이후 할머니는 행여나 어떤 소문이 남성의 귀에 들어갈까 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름을 속이며 친척들의 이름을 빌려 숨어 살았다. 그리고 50년 사이에 할머니의 주민등록 기록이 말소됐던 것.

할머니는 통장 하나 만들 수 없었기에 땀 흘려 일한 돈을 모두 도둑맞기 일쑤였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건 물론,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수술 하고 입원한 3일간 1200만원이 할머니에게 청구되기도 했다.

이후 할머니는 수십년 만에 말소된 자신의 주민등록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할머니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과 휴대전화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동거 생활만 했었다는 할머니의 말과는 다르게 할머니는 한 남성과 혼인신고를 이미 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몰랐다는 할머니는 당혹스러워 했다. 할머니는 가족관계등록부상 법적으로 남성과 묶여 있기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남성에게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할머니에게 혼인 무효 소송을 제안했지만 할머니는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그러던 중 경찰은 할머니가 남성에 의해 가출신고가 돼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에 경찰은 할머니의 생존 사실을 남성에게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할머니를 폭행해 상해를 입힌 남성 오씨를 찾았다. 그러나 오씨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식을 했다며 사진까지 보여주며 할머니와는 다른 이야기를 공개했다. 할아버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몇 년 간 부부로 지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폭행한 적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해외로 떠나 있는 동안 할머니는 외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머니를 되찾고자 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와 이혼하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이혼하기 위해 가출 신고를 한 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작성해 둔 이혼 관련 서류도 보여줬다.

제작진은 다시 할머니를 찾아가 할아버지의 주장을 전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이후 관계를 정리했다.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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