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편을 총망라해 로맨스 기근이다.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는 없지만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장애물을 극복해나가는 정통 로맨스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장르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이다.

때문일까, tvN ‘남자친구’는 첫 방송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우선 송혜교와 박보검이라는 캐스팅, 그리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통 로맨스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에 힘입어 단 2회 방송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지만 이후 8%대로 내려 앉으며 화제성 면에서도 ‘시원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맨스 기근에 찾아온 단비로 평가받던 ‘남자친구’가 소나기로 그치는 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쿠바 매직? 너무 짧았던 마법의 순간

‘남자친구’ 1~2회차에 등장한 쿠바 로케이션 촬영분은 ‘쿠바 매직’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 장면을 수채화처럼 물들였다. 시청률이 10%까지 껑충 뛰어오른 것도 바로 이 쿠바 로케이션 촬영분. 하지만 이후 시청률은 9%, 그리고 8%까지 내려앉았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1~2회에 총력을 쏟아붓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여행지인 쿠바와 김진혁(박보검), 차수현(송혜교)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부터의 간극이 너무 커지며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

애초에 원하는 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차수현과 자유로운 영혼 김진혁의 만남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으나, 판타지같은 로맨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고조된 시점에서 행동반경이 제한적인 현실로 바뀌며

 

♦︎ 박보검X송혜교, 흡인력 떨어지는 러브스토리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는건 ‘갈등’을 통해 흡인력 있는 서사를 이끌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분명 몽글몽글한 연애의 감정을 대사에 충실하게 주입시키는 반면, 스토리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극초반 인문학을 사랑하는 김진혁은 은유적인 대사와 감성적인 접근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차수현은 정치인의 외동딸이자, 재벌가의 전 며느리로 시련과도 같은 삶을 묵묵히 견뎌내는 묵직함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전개에 있어 오히려 극의 탄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미옥(남기애), 김화진(차화연) 욕망이 분명한 두 악역과 달리 차수현과 김진혁은 너무 착하고 순수기만해 갈등이 심화되기도 전에 꺼져버리는 모양새다. 때문에 작은 갈등들이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지지 못하며 위기-해소식 단발성 국면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해소의 전개는 시청자들의 감정 몰입도 방해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달뜬 감정으로 만난 두 남녀가 자신의 직함까지 걸고 사랑할 정도로 이들에게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던 김진혁과 차수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수용만 있는 전개를 로맨스라는 전제조건으로 모두 이해될 수 있을까. 

 

♦︎ 최고의 라인업, 아쉬운 활용

‘남자친구’는 방송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했다. 문성근, 남기애, 고창석, 신정근, 백지원, 김혜은 등 연기력으로는 흠잡을 곳 없는 배우들이 든든하게 포진했다. 여기에 장승조, 곽선영, 김주헌 믿보배들이 주인공들의 주변인물로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16부작인 ‘남자친구’가 8회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 명품 라인업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브병 유발자’ 장승조와 직접적으로 두 사람의 연애를 돕고 있는 고창석 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기가 힘들다.

연기력이 아니라 대본상의 문제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는다. 특히 문성근, 고창석, 김혜은의 전사가 산발적으로 튀어나오며 과연 ‘책임감 있는’ 극 마무리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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