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타 작가 미나토 가나에 원작을 무대화한 연극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중학생 시절 화재 사건으로 기억을 잃은 마리코와 그의 오래된 연인 준이치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재 이후 15년, 준이치가 남태평양 먼 섬나라로 자원봉사 활동을 떠나며 그 곳에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어린 시절의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어린 시절 지우지 못한 상처는 어떤 상흔을 남겼을까. 

지난 10일 공연이 펼쳐지는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두 연인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 어린 마리코와 준이치 역의 배우 한보배와 안재현을 만났다.

2002년 영화 ‘복수는 나의 것’으로 데뷔를 한 한보배는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오랜 세월 아역으로 활동하며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 ‘대장금’부터 최근에는 ‘보이스’ ‘학교2017’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히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가 왜 연극 무대를 찾아왔던 것일까?

한보배는 “사실 공연은 계속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아무래도 어릴 때 데뷔를 했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성인 배우로 발돋움할 때 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죠.

작년에 연극 ‘러브 스코어’를 통해 처음 무대에 섰고 차기작도 운이 좋게 연극 ‘왕복서간’을 하게 됐어요. 부족한 점을 많이 알게 됐고 보완하는 계기가 됐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더 깨닫고 채워가려는 발판이 될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한보배의 상대역 어린 준이치 역의 안재현은 아직은 조금 생소한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을 한 학기 남아두고 있다는 안재현은 왕복서간을 통해 한걸음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에 마침 일정이 없었고 우연히 ‘왕복서간’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사실 어린 준이치 역으로 오디션을 본 게 아니고 성인 준이치 역 오디션을 봤어요. 저희 연극이 워낙 독백 대사가 많잖아요. 그걸 외우려고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두 사람이 맡은 어린 마리코와 어린 준이치 역은 극 중에서 15년된 연인 준이치와 마리코의 어린 시절이 회상에 등장한다. 마리코가 잃어버린 15년 전 기억, 준이치가 묻지 말아 달라고 한 그 사건에서 두사람이 맡은 역할은 중심에 서 있다. 한보배와 안재현 배우는 보다 극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배우들과 여러번 토론을 거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고. 안재현은 “우리 연극이 대사가 너무 많아서 지루하지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긴 독백에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희 같은 아역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는 독백이 길었죠. 그래서 대사가 없더라도 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연습하다가 다 같이 둥글게 둘러앉고 토론했어요. ‘이거 지루하지 않냐?’ 이렇게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보배 또한 안재현의 말에 공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지만 당시에는 무척 심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극을 다채롭게 만든 것 같아요. 실제로 토론을 통해 변경된 부분들도 있고요”

극 중에서 어린 준이치와 마리코는 15년 전 충격적인 사건을 몸소 재현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힘들었던 부분도 있을 터. 하지만 한보배 배우는 오히려 ‘약속된 부분’이라 편안히 임할 수 있었다는 의외의 답변을 들려줬다.

“저는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납치나 죽음을 당하는 역할을 많이 해봤어요. 무대는 연습을 통해 약속을 하는데 촬영은 사실 생생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리고 대본 상에 없었던, 약속되지 않은 것들이 나오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극의 포인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두 배우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좋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남겼다. 안재현은 "이 극의 어디가 포인트라고 말하는 건 폭력적인 것 같아요. 각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까요.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우리 연극의 결말이에요"라고 전했다.

한편 연극 '왕복서간'은 오는 2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사진=벨라뮤즈(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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