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스포일러에 엄청 민감해 했다.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내는 과정에서도 스포일러를 신경쓰며 “이건 2주 뒤에!”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그만큼 ‘기생충’이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 장면, 소품 하나하나 스포일러가 된다. 그래도 봉준호 감독가 답한 이야기 중 스포일러가 아니어도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이 있었다.

# 가난한 자들의 부자 바라보기

“기택 가족의 관점에서 영화가 진행되듯 저도 박사장네 식구들을 보며 영화를 찍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들과 제가 같이 이야기에 침투하는 느낌이었죠. 사실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영화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송강호 선배는 물론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이런 방식과 다르지 않았죠. 이 이야기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딱 들어맞을 수 있는 배우들을 원했어요.”

# 소음이 중요한 영화?

“‘기생충’은 돌비 애트모스 영화관에서 봐야 사운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올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만 봐도 주변 사운드가 영화의 분위기를 설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알 수 있었죠. ‘로마’처럼 ‘기생충’도 주변 소음이 중요하니 관객분들은 그 소리에 집중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산수경석’의 탄생비화

“영화에서도 포스터에서도 산수경석이 나오죠. 실제로 저희 아버지께서 취미로 수석을 모으셨어요. 그걸 보고 자란 저의 경험이 투영돼 있을 수 있죠. 산수경석 때문에 수석협회에 자문을 구했고 모조품도 무게에 차이를 둬 3개를 만들었어요. 많은 스태프가 산수경석을 챙겨가려고 애를 썼죠.(웃음) 진품은 홍경표 촬영감독이 가져갔어요. 영화를 보시고 수석협회분들이 기분 나빠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 반지하를 비롯한 여러 공간의 탄생

“제가 직접 반지하와 대저택 그림들을 직접 그렸어요. (아이패드로 그림을 보여주면서)이 이미지들을 영화로 구현하기 위해 건축가와 상의를 많이 했죠. 제가 요구한 사항들을 건축가가 보고는 화를 내시더라고요. 이런 걸 어떻게 만드냐고. 저는 계속 만들어달라고 졸랐죠.(웃음) 미술감독이 중간에서 조율 역할을 잘했어요. 제가 만든 영화들에서 반지하 등 독특한 공간들이 왜 탄생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어린 시절 그런 곳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게 머릿속에 많이 담아뒀나봐요.”

# ‘설국열차’와 비슷하다?

“감정의 아련함은 ‘설국열차’와 달라요. ‘설국열차’는 SF영화이기 때문에 가난한 자와 부자의 비교가 ‘기생충’과 다를 수밖에 없죠. 그리고 ‘설국열차’ 때 후회되는 게 하나있어요. 북극곰 때문에 말이 많았잖아요. 북극곰이 아니라 사슴을 넣었어야 했는데.(웃음) 이번 영화는 ‘옥자’랑 비교하면 어떨까요? 제 아내는 ‘기생충’을 보고 ‘자본 3부작’이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설국열차’ ‘옥자’의 뒤를 있는 자본 3부작 마지막이 ‘기생충’이라고.”

# 최우식이 부른 엔딩곡 ‘소주 한잔’

“정재일 음악감독이 OST를 작업하다가 저한테 작사를 직접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제가 영화를 만들었으니 엔딩곡 작사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나봐요. 사실 그 노래를 듣다보면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아요. 가사를 읽으면 노래 속 주인공이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 이정은의 연기

“단 한마디로 ‘목소리의 마술사’라고 생각해요. 제2의 변희봉?(웃음) 오죽하면 제가 이정은 배우에게 ‘옥자’에서 옥자 목소리를 부탁했겠어요. 이정은 배우의 연기를 보고 저는 물론 모든 스태프가 기절할 뻔했죠. 웃음 참느라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 표준근로계약 지킴이?

“제가 왜 표준근로계약의 아이콘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쑥스러워요. 솔직히 남들 다 하는 거 그대로 했을 뿐이에요. 지난 3~4년간 표준근로계약 시행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있어요. 제작사, 배급사 등 모두가 노력해 만든 결과죠. 칸에서 표준근로계약을 잘 지켰다고 말했을 뿐인데 이게 파장이 클지 몰랐죠. 드라마계에서도 잘 협의되고 논의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걸 ‘기생충’과 연결지으니 부담스럽네요.(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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