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통영지청) 발언 후폭풍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검찰조직에서 검찰에 대한 신뢰(국민적 신뢰가 있는지 모르겠으나)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통렬한 고백 때문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던 검찰의 개혁이 새 정부 들어 화두로 등장했지만 '셀프 개혁' 목소리는 잦아들 줄 모른다. 문무일 검찰총장마저도 정부의 방침과 엇박자의 목소리를 내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 검사의 내부고발은 사법정의의 보루여야 할 검찰-법무부의 실상과 적폐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8년 전, 밀실도 아닌 고인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간부가 후배 여검사를 버젓이 성추행하고 그 자리에는 다수의 검사들이 있었으나 말리지도, 아는 척도 안했다고 한다. 심지어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장관까지 동석해 있었다는 처참한 상황은 서 검사의 표현대로 ‘환각’으로만 다가온다.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없는 그와 그를 비호하기 급급했던 자들은 성추행도 모자라 문제를 제기한 서 검사를 향해 사과 대신 감사조치와 인사 불이익의 칼날을 휘둘렀다. 검사한테도 이렇게 할 정도면 그동안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대했을지,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정의를 바로 세우라고 국민이 쥐어준 칼을 권력을 분점하기 위한 무소불위의 전리품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특권의식과 집단 이기주의에 젖어 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쉬쉬하는 가운데 검찰 내에서 성희롱, 성추행 심지어 성폭력까지 이뤄져왔고 피해자들에 대해 “(남자)검사들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횡행했다는 서 검사의 고백에 이르러선 성평등지수·성범죄 인식 제로에 가까운 이들이 저렇듯 존재하는 집단에서 어떻게 우리 사회에 창궐하는 성폭력 범죄를 담당했을까 의아하기만 하다.

서 검사는 방송 출연 결정 이유에 대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자책에 괴로웠다. 이 자리에 나와서 성폭력 피해자 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 나왔다. 그걸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검사가 할 이야기가 아닌 걸 검사의 물기 묻어나는 목소리로 접해야 하는 현실에 듣는 내내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이날 법무부는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봤지만 기록상으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성추행 관련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이 경과,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인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대검찰청은 진상파악에 나서 “비위사실이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실을 접한 대중의 기대치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대응이다.

돈을 좇았던, 권력을 추구했던, 성(性)에 탐닉했던 유명 검사들의 일그러진 면면을 기억하는 국민에게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공론화는, 신호탄이 울렸음에도 뭉그적거리던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진행의 시급함에 쐐기를 박은 셈이 된 것만 같다.

 

사진=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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