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를 낭독했다.
23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건만, 정치는 길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어지러운 정국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전했다. 또 “대통령님은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부디 당신을 사랑한 사람들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존경했습니다”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문희상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이에 편지 형식의 추도사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희상 의장은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나의 대리인을 잃은 절망, 당신에 대한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은 회한,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이었을 것”이라며 “지난 10년 세월 단 하루도 떨칠 수 없었던 이 그리움을, 이 죄송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완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국정 목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 사회'.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아래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추도사 전문이다.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
10년 전 오늘이었습니까... 그 새벽 대통령님은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세월은 벌써 10년이나 흘러버렸습니다. 그날도 오늘과 같았습니다. 5월 중순의 봄은 절정을 향했고 신록은 녹음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10년 세월 동안 봉하에는 열 번의 여름, 열 번의 가을과 겨울이 지났습니다. 열 번째 봄이 또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변함없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서러운 날입니다.
대통령님이 계시지 않는 봉하의 봄은 서글픈 봄입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의 5월입니다.
국민은 봉하마을을 사랑했습니다. 봉하에 가면 밀짚모자 눌러쓰고 함박웃음 짓던 우리의 대통령이 계셨습니다. 풀 썰매 타고 자전거를 달리며 손 흔들어 주시던 나의 대통령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습니다. 마음 둘 곳 없어 황망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님을 사랑했습니다. 국민장으로 치러지던 이별의 시간 이레 동안, 수백만의 국민은 뜨거운 눈물과 오열 속에 저마다 '내 마음속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나의 대리인을 잃은 절망이었을 겁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은 회한이었을 겁니다.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이었을 겁니다.
대통령님! 지난 10년 세월 단 하루도 떨칠 수 없었던 이 그리움을, 이 죄송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대통령님과의 이별을 겪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 고통을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묵시적인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위대한 국민은 끝도 모를 것 같던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 섰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국민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의 정치는 국민통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노무현이 걸었던 그 길은 국민통합의 여정이었습니다.
당신께선 지역주의와 분열의 정치에 단호했습니다. "정치,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주변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동서통합을 위해 다시 부산으로 향한 그 발걸음.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결단이었습니다.
2000년 4월 13일은 '바보 노무현'의 시작이었습니다. "승리니 패배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입니다." 19년 전 지역주의에 맞섰던 '바보 노무현'이 남긴 낙선 소감 앞에서,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의 정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뿐입니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님의 당선은 그 자체로 지역주의 해소의 상징이었습니다. 완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국정목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두 번 잃는 것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건만, 정치는 길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입니다.
대통령님은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부디 당신을 사랑한 사람들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대통령님...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저 문희상이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되었습니다. 10년 만에야 대통령님 앞에 서서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존경했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의 첫 비서실장,
국회의장 문희상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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