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박찬욱 감독 작품 세계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6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스타 가브라스 & 박찬욱’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86세 그리스 출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1982년 시시 스페이섹 주연의 ‘의문의 실종’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1990년 제시카 랭 주연의 ‘뮤직 박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1976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그는 2009년 마스터클래스에 이어 올해 신작 ‘어른의 부재’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세계적인 연출가다. 최근 BBC와 함께 TV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을 만들며 스크린을 넘어 TV까지 영역을 넓혔다. 오랜 친분이 있는 두 거장 감독의 만남에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오픈토크 자리에 참여했다.
가브라스 감독은 오픈토크 시작부터 박찬욱 감독을 극찬했다. 그는 ”‘박쥐’부터 ‘올드보이’ ‘아가씨’ ‘스토커’만 놓고 봐도 정말 다른 세계를 창조해냈다. 어떻게 한 감독이 작품마다 다른 감수성, 세계관,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 놀랍다“며 ”특히 ‘올드보이’는 단순한 폭력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내재된 폭력과 의식, 무의식을 끄집어냈다“며 박찬욱 감독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박찬욱 감독은 거장의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가브라스 감독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초기작부터 ‘어른의 부재’까지 보면 한명의 감독이 연출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작품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며 ”항상 끝없이 도전하고 실험하는 선배 거장들을 보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다보니 가브라스 감독이 제 작품에 만족을 드러낸 것 같다. 저는 소재가 주어지면 가장 정확하게 어울리는 형식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런 생각이 다른 느낌의 영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가브라스 감독의 ‘어른의 부재’를 본 박찬욱 감독은 ”20대 감독이 만든 작품처럼 에너지가 넘쳤다“며 ”비판도 날카롭고 에너지가 화산처럼 터질 듯이 부글부글 끓고 있더라. 80세가 넘어서 모든 것에 너그러워지실 줄 알았는데 이분은 아직도 분노가 많고 무언가를 비판하는데 용서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또 한번 감독님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전했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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