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IMF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은 혼돈 그 자체가 됐다.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하며 경제를 살린 건 국민이었다. 그 이후 경제가 원상회복되는가 싶었지만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떤가. ‘부러진 화살’로 사법부에 통쾌한 한방을 날렸던 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블랙머니’로 한국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이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보냈다.

# 1PICK: 조진웅·이하늬, 극과 극 온도차 케미 포텐 폭발

앞뒤 없이 정의를 위해서라는 막 나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로 분한 조진웅은 양민혁 그 자체가 됐다. 그의 커다란 몸집과 상대를 한방에 제압하는 큰 목소리는 양민혁의 이미지를 단숨에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조진웅에게서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캐릭터를 단박에 이해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조진웅은 양민혁을 통해 관객 그리고 국민 대신 경제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속 시원한 말들을 쏟아낸다.

반면 이하늬는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아 양민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처음에 서로 다른 성격이었지만 점차 일련의 사건을 맞닥뜨리며 닮아간다. 이하늬는 최근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180도 다른 이미지를 드러내며 차가움 속에 인간미를 간직하고 있는 김나리를 디테일하게 연기한다.

# 2PICK: 여기가 ‘연기 맛집’, 빈틈 없는 배우 호흡

조진웅, 이하늬 이외에 수많은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블랙머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허성태, 조한철, 이경영, 강신일, 최덕문, 류승수 그리고 이성민까지 ‘블랙머니’는 ‘연기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성태는 진지하면서도 허당기가 넘치는 모습을, 조한철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을, 이성민은 짧은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블랙머니’가 실화를 다루고 사회를 비판하며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재미를 찾는다면 배우들의 연기 호흡을 들 수 있다. 2시간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이 바로 연기이기 때문이다. 배우들 한명 한명 자신의 캐릭터에 100% 녹아들어 긴장감은 물론 몰입감을 높인다.

# 3PICK: 제2의 ‘부러진 화살’, 엘리트 경제인들에게 보내는 정지영 감독 메시지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졌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은 한국 경제를 주무르는 이들이다. 취업률이 바닥을 치고 있고 2030은 물론 정년 퇴직을 앞둔 사람들도 먹고 솟구치는 집값, 식비 등에 통장만 바라보고 있다. 떨어지는 건 비와 눈 그리고 월급이라고 하지 않나. 정지영 감독은 금융 비리 실화를 통해 엘리트 경제인들이 국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라고 말한다.

정지영 감독의 메시지는 곧 양민혁의 말과 같다. 양민혁의 대사는 한마디로 촌철살인이다. 뼈가 있는 대사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온다. 사회 기득권층을 비판하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양민혁은 국민을 대변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양민혁의 말 한마디에 통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이익과 정의 중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돈과 명예 앞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관객들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가 알아야될 금융 비리 사건의 진실, ‘블랙머니’는 ‘부러진 화살’처럼 또 한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준다. 1시간 53분, 12세 관람가, 11월 13일 개봉.

사진=‘블랙머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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